‘신약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꿈을 키우던 국내 제약산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장기적인 신약개발 투자와 단기적으로 퍼스트제네릭(개량신약)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가 내주부터 공식 협상에 돌입하는 한미FTA 협상으로 중대한 기로에 놓이고 있다.
제약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폭풍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견 하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정부의 협상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업계는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오는 9월부터 건강보험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FTA와 맞물려 위기가 중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7백여 업체가 난립, 제네릭 중심의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어 경쟁력이 날로 약화 되면서 영세적인 경영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이러한 영세성은 결과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고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기초 단계의 투자 마저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투명하지 못한 의약품 유통구조도 병·의원에 대한 중소 제약사들의 과다한 리베이트 제공을 가져와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유통질서 문란을 유발하고 있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지난해 6개월간 조사한 결과, 제약사들의 경우 약품 공급가의 20∼25%, 의약품 도매상 등 공급자들은 약품 공급가의 10∼15%를 리베이트나 랜딩비 등으로 병·의원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정권고를 받은바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 속에서 국내 제약업계는 한미 FTA의 태풍이 어떤 방향으로 불어 닥칠지 전전긍긍 하고 있다.
특히 내주부터 공식적으로 미국 워싱톤D.C에서 시작되어 2008년까지 계속될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은 특허권 연장 등 다국적 제약기업의 보호를 극대화 하기 위해 다양한 요구를 하면서 특허권과 품목허가를 연계하는 등 무리한 통상압력을 가할것으로 전망된다.
특허권 연장은 특허출원일 기준 20년으로 제한된 특허권을 더 연장해 그 기간만큼 보호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국내 제약회사들의 제네릭 개발을 차단, 진입을 최대한 늦추어 오리지널 신약의 매출 증대를 적극 모색 함으로써 영세한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 개발 가능성을 봉쇄 하려는 전략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미국의 특허권 연장 추진은 국내 제네릭의 시장 진입과 약가인하를 막아 결과적으로 미국 제약사들의 이익 극대화 함으로써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한미 FTA 협상 진행과 맞물려 9월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도 제약업계의 지각변동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추진되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통해 오는 2011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약제비 비중을 현재의 29.2%에서 24% 이하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경쟁력 없는 의약품을 퇴출시켜 신약 개발 분위기를 조성, 사실상 가능성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재편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협회 한 관계자는 “앞으로 ‘포지티브’ 방식이 도입되면 매출액 2백억원 이하의 중소 제약기업들이 점차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판 여부의 불확실성과 초기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국내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 의욕이 상실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제약기업들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M&A를 통해 생존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기업간 M&A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제로 움직임은 미미한 실정이다. 광동제약이 전문약 사업 강화를 위해 에치칼 중심의 제약사 M&A를 추진하고 있고, 삼양사도 의약품 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M&A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부처별로 제약산업 지원을 외치고 있으나 실제 실효성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측은 5일 시작되는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다양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FTA에서 미국의 요구는 *특허 출원된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기간 3∼5년 연장 *미국 제약사가 이미 실시한 임상시험 신약에 대한 한국에서의 임상 폐지(3년 경과하지 않은 신약에 한정) *보험약가 재평가 제도 중단 등 다양, 협상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수용여부가 향후 국내 제약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희종 기자(hjkang@medifonews.com)
200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