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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필수의료,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개선 시동 걸어야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원내 입원했으나, 수술을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으며, 전원된 병원에서 수술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우리나라 Big5 병원 중 하나이자 뇌출혈 등 머릿 속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가 손상된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입원치료에 대한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전문성을 보유한 병원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각과 다르게 서울아산병원 내 뇌혈관외과 교수는 단 2명에 불과했으며, 각각 학회 참석을 위한 해외 출장과 지방 출장 등으로 사건 발생 당일 입원한 간호사에게 적합한 수술을 제 때에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과연 서울아산병원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 감염학과, 산부인과, 중환자의학과, 흉부외과 등의 의료진들은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현 주소에 대해 모두 입을 모아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는 이미 붕괴가 진행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기고문과 유튜브 등을 통해 “Big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2명이 1년 365일 퐁당퐁당 당직을 서고 있었다”라면서 나이 50이 넘어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바쳐 과로하면서 근무를 할 수 있겠냐?”라고 꼬집었다.

대한감염학회 김남중 이사장은 코로나19와 감염병 창궐 시 현장에서 대응해야 하는 전문가인 감염 전문의가 전국에 352명에 불과한 것도 모자라 감염 전문의의 역할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임을 전하며, 앞으로 감염병 유행 시 대응하기가 현재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은 감기환자 진료도 전문의가 보는데 반해, 중환자실은 인력 부족 문제로 위급할 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간호사가 살피는 경우가 많으며, 간호사 마저도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인력이 부족해 우리나라의 중환자들은 감기 환자보다 못한 진료와 간호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개원가와 봉직의, 대학에 있는 모든 소청과 의사들이 “이제는 더 힘들어서 아이들 죽어가는 거 안타깝지만 두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할 순간이 멀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는 할 만큼 했다”라는 말과 함께 그때 소청과 의사들을 비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래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환경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들 중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에 있다. 

많은 의료진들은 수십 년 전부터 비현실적인 제도·규정 등으로 정부가 환자 대비 의사가 부족한 곳에 환자에게 친절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가혹한 근무환경을 못 견뎌 의료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의사 수 만을 늘리려고 하는 해결책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알아줄 것을 외치고 있었다.

상승한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고려되지 않은 다인실 비중 규정으로 병·의원에서는 다인실을 1인실로 전환하지도 못한 채로 1인실 아닌 1인실로 운영해 병상을 놀려야 하는 것이 현실에 대해 한숨을 내쉬고 있었으며,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가 인상률로 병·의원 유지비 또는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혹자는 의료진들이 주장하고 있는 수가 인상과 공공의대 확충을 통한 의료인력 확충 반대를 의료계의 밥그릇 싸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같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는 점, 필수의료과를 중심으로 많은 폐업·축소하는 병·의원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필수의료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Big5 병원인 아산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 이상 필수의료 문제를 방치했다가는 많은 필수의료과의 의료진들이 우려·경고하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정부도, 국회도, 우리도 모두 필수의료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힘을 모아 제대로 된 필수의료 환경을 구축·개선하는 것만이 그나마 비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