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상시험이 글로벌에서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 여러 나라 역시 무서운 속도로 순위를 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선진국과 파머징 국가들이 서로 다른 이점으로 제약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KOREA LIFE SCIENCE WEEK에서 마련된 ‘2022년도 제1회 제약바이오헬스 통계포럼’에서는 지태용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팀장이 나와 ‘국내외 임상시험 최신 동향 및 전망’에 대해 밝혔다.
지태용 팀장은 “2021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1조 4천억 달러로 연평균 5.1%로 성장해왔고 2026년까지 1조 8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은 특허 만료되는 제품들을 신제품으로 대체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라며 “반면에 선진국 시장은 희귀 질환과 같이 더 전문화되고 개인화되는 신약의 성장을 주도해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파머징 국가들에서도 시장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 팀장에 따르면 새로운 오리지널 브랜드 제품들이 더 많이 사용되면서 파머징 국가들의 시장 확장 기반이 마련되는 만큼, 파머징 시장은 국민들에게 제공할 신약의 범위를 늘리고 있고 새로운 브랜드 약물들을 개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어 지 팀장은 “한국의 의약품 시장은 179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1.3~1.6%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선진국과 파머징 시장의 중간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브라질, 인도 등 파머징 시장은 평균 7.8%로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파머징 시장으로서 계속 빠르게 성장해왔으나, 최근 고속 성장이 끝나고 2.5~5.5%의 평균적인 성장률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선진국과 파머징 국가들은 성장률 차이를 보이면서 파머징 국가들이 시장 점유율을높이고 있다. 제조 능력이 뛰어나고 인구가 많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에서 점유율이 커지고 있고, 독일을 제외한 일반적인 선진국 시장들은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한편 지 팀장은 한국이 2016년 2.9%, 2021년 3.1%, 2026년 3.3%로 글로벌 13위 수준의 시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후 글로벌 임상시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에서도 지난해에만 총 842건의 임상이 수행됐고, 제약사 주도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16.1% 증가했다. 전체 임상시험 중 항암제 임상시험이 38.1%였고, 이 중 62%는 표적항암제 관련 임상이었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한 임상시험도 빼놓을 수 없다. 2026년까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누적 지출은 2510억달러로 예상되며, 2023년까지는 계속 초기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 팀장은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으로 인해 감염병 임상시험 참여자가 전세계 참여자가 최초로 200만명을 돌파했다.”고 전하며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코로나19 임상이 계속 진행돼 이에 따라 감염병 분야의 임상시험들이 증가됐다.”고 밝혔다.
2020년 당시 국내 코로나19 임상시험은 총 37건이었고, 그 당시에는 임상 1, 2상 및 치료제 위주로 임상이 실시됐다. 국내 제약사들뿐만 아니라 연구자 임상시험도 활발해졌으며, 2021년에는 총 32건의 치료제 백신 임상이 진행되었고 점차로 후기 임상에 돌입했다.
이에 2021년 2월 국내에서 개발한 치료제 ‘렉키로나’가 허가받았고, 현재에는 총 23건의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이 승인됐고, 사전 검토 1건과 허가 심사 1건이 진행 중이다. 2022년 6월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스카이코비원’ 백신도 허가를 받았다.
지 팀장은 “글로벌 임상시험 점유율에서는 2022년 상반기까지 중국이 계속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은 점유율 4%대를 기록하며, 독일과 함께 3위까지 올라섰다. 2022년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는 독일을 제외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며 “브라질, 인도 등 파머징 시장 해당국들은 향후 더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시험 프로토콜에서도 중국이 강세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지 팀장은 “서울이 2021년까지 5년 연속 1위를 기록하다가 2022년 상반기 베이징에게 자리를 내줬다. 2022년에 중국의 많은 도시들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도시들의 순위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지역을 넓혀보면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의 임상시험 건수가 많은 편으로 드러났다. 아태지역은 연구수행 비용이 낮고,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수한 임상시험 기관들을 보유해 임상시험 수행에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 팀장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진행된 임상시험 중 아태 지역 임상시험이 50% 이상이었으며, 성장률도 14%를 보여 2%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과 마이너스 성장을 한 EU 5개국과 대조된다. 모든 임상 단계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성장률이 높았고, 특히 전임상 단계에서 93%, 임상 1상에서 19% 높아 초기 임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임상시험 트렌드에 대해서는 “2022년 중반 코로나19 임상이 급증하며 감염병 관련 파이프라인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시작된 총 955개의 감염병 임상시험 중 60%가 코로나19 임상이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코로나19 임상은 줄어들었다. 부스터샷이나 변이 관련 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는 122개의 백신 후보 물질과 36개의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에 있고 12개의 백신과 2개의 치료제가 승인받았다.
또 지 팀장은 “임상시험의 생산성과 관련이 있는 임상시험의 복잡성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지난 2년간 5% 감소했다.”며 “국내에서도 2018년 프로토콜당 사이트 수가 11.58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22022년 상반기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원격 가상 분산형 임상시험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2년 분산형 가상 임상시험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300건 이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폰서의 94%, 연구자의 71%, 환자의 68%는 하이브리드 임상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보고도 있다.”며 이러한 방법들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대규모 임상을 가능케 했고, 기록적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분산형 임상 시험에 대해서는 “환자 중심과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얻은 경험치가 이러한 혁신을 가속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수행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각국의 규제 기관들에서는 분산형 임상시험의 주요 요소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분산형 임상 지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낮다.”며 “한국 역시 최근 2년간 단일 국가 임상에서 1.1%, 다국가 임상에서 7.5%만이 분산형 임상시험을 수행했고 이 해당 비율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도 분산형 임상시험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는 새로운 임상시험 디자인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팬데믹으로 역학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임상시험의 검증력과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응형 임상시험 설계들이 도입됐다.
지 팀장은 특히 “심리스 설계를 통해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으며 이러한 시도들은 1년 내에 후보 물질 발굴부터 개발까지 완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지 팀장은 향후 임상시험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로 △환자 및 임상시험 참여자의 신뢰 △디지털화를 꼽았다.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높이고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향후 임상시험에서 주요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 팀장은 이미 기술이 발전돼 개인화된 환자 치료와 임상을 제공할 환경이 마련됐으며, 이는 환자 중심의 임상을 구현하는 데에 중요한 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 팀장은 “임상시험 디지털화는 더 많은 임상시험 참여와 깊은 관계가 있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임상시험의 주요 극복과제 중 하나인 환자의 모집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더 다양한 소스에서 더 정확히 수집함으로써 임상시험과 시험 약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러한 임상시험 변화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업계가 새로운 임상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신속한 정책 제도적 지원을 통해서 임상시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