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환자·의료계가 지적하는 장애 기준 및 판정 개선은 언제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장애평가, 중증도 및 평가방법 타당하지 않아
기면병 장애평가, 신경계 질환자를 정신질환자로 만들어

“병으로 고통스럽고 생활하기에도 어려운데, 장애 판정받기가 너무 힘드네요”

위의 말은 적합한 기준에 따라 장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각 질환의 환자단체 대표들이 지속적으로 하는 말로, 당사자인 환자들이 거동이나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힘이 들지만, 장애를 인정받지 못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비참한 현실에 처해있는 것에 대해 절망할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의 고통이 담겨 있는 말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장애로 인정받지 못한 환자 또는 해당 환자가 있는 환자단체의 대표들은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본인의 간병 등으로 풍족하게 살기는커녕 빈곤하고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 가족 등에 대해 미안함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우리나라의 제도와 현실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다.

이는 의료계에서도 공감하는 것으로, 본 기자가 취재원 및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사례만 따져도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기면병(기면증), 복수 이상의 암 등으로 부문에서 환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 기준으로 인해 장애를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경우 이평복 대한통증학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장애인복지법령에 의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장애평가는 병의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가방법도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통증의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대한통증학회는 현재 평가방법과 관련해 병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질환의 일부 증상인 관절 가동범위의 제한 및 근력 약화로만 장애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하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합리적인 장애평가 안을 제시하는 데 학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면병은 어떨까? 기면병에 대한 장애 인정기준은 사실상 신경계통의 질환 중 하나인 기면병 환자들 중 장애로 인정받은 사람들을 사실상 정신질환자로 보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한신경과학회 김재문 이사장과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 모두 기면병 환자들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정책·제도·의료체계 사안 중 시급한 사안으로 장애 진단을 받으려면 반드시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꼽고 있었다.

더욱이 장애로 진단을 받으려면 정신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통해 망상이나 환각 증상 등 정신 증상이 있어야만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기면병이 일종의 정신장애처럼 비춰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기면병 환자들이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실에서 확보한 최근 5년간 장애유형별 장애현황에 따르면 2021년 4월 13일부터 기면병도 정신장애인으로 등록이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2021~2022년 동안 장애심사를 신청한 사람은 고작 3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기면병에 대한 심사결정 건수 33건 중 장애로 인정된 건수는 고작 3건으로 장애인정비율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신증후군과 정맥류출혈 등 간 장애의 경우 장애 인정 비율이 100%에 달하고, 기면병과 같이 2021년부터 심사에서 통과할 경우 장애로 인정되기 시작한 투렛(73.6%)과 백반증(71.9%) 등의 장애 인정 비율은 70%를 넘어서며, 기질성 정신장애(67.7%), 중증의 복시(51.1%), 강박장애(56.5%) 등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기면병은 장애 인정 비율이 매우 낮은 셈이다.

기면병 관련 단체에 속한 한 취재원은 “신경계 질환을 억지로 정신장애 카테고리에 집어넣으려고 정신질환을 같이 앓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장애등급과 관련해 힘든 상황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암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암 재발·전이·발생 기준에 따라 치료비 지원 및 장애연금 지원 여부가 결정돼 환자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개선을 호소하고 있었다.

유방암 진단을 두 번 받은 54세 여성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로, A씨는 2018년 5월 호르몬 양성 유방암으로 오른쪽 가슴을, 2020년 1월에는 종류가 다른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왼쪽 가슴을 각각 떼어냈으며, 이후 국민연금 가입자가 장애를 입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장애연금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는 국민연금 장애등급의 경우 ‘국민연금법’과 국민연금 규정 등에 따르면 서로 다른 부위에 장애가 발생했다면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등급을 가중하고, 동일 부위에 장애가 발생했다면 서로 다른 부위라도 관련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장애등급이 가중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으로 인해 특정 신체 부위에 장애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부위별 구분이 아닌 암의 상태와 운동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장애등급 판단이 이뤄지면서 2차암이 발생하더라도 장애등급이 가중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암 환자들의 심정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꼬집었다.

이어 김 대표는 국민연금 규정 등에 대해 재발암이나 암이 2곳 이상 퍼진 2차암 등은 모두 ‘중증’으로 봐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 의사들은 2차암과 재발암 모두 중증으로 보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암이 재발되어야만 중증이라는 인식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한편, “환자들이 헷갈리거나 이해·공감할 수 없는 규정은 빨리 개선해 더 이상 환자 등의 어려움을 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장애인의 건강관리와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가 출범했다.

김정연 장애인건강과 과장은 인터뷰 당시 장애인은 비장애인 대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우울증 등의 발생위험이 2배 가까이 높지만 건강상태에 따른 약제값 등 의료비 부담은 큰 반면, 건강검진과 미충족 의료 등 의료서비스 이용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으로, 건강보건관리 서비스를 통한 삶의 질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능 향상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건강과가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2차관 산하가 아닌 복지를 담당하는 1차관 산하로 배치된 것과 관련해 장애인에 대한 건강·보건 정책이 장애인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장애인 복지정책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책 수혜자인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현장에 많이 나가 의견을 들어 개선할 점들, 필요한 사항들을 정책에 반영시키겠다고 각오 등을 전한 만큼, 이러한 환자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해 환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한시라도 빨리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