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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장 수술시 참고하면 좋은 연령별 인공판막 선택은?

김준범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최근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2만4000여명의 나이와 판막 유형에 따른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65세 미만, 승모판막 치환술은 70세 미만을 대상으로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현재 사용 중인 가이드라인과 연령 부문 등에서 차이가 있는 연구결과로, 어떠한 이유로 현재 가이드라인과 차이가 있는 결과가 나왔으며, 어떠한 계기로 연구를 진행하게 됐고, 연구결과가 현재의 보건의료와 관련해 어떠한 의의를 갖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김준범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연령에 따라 인공판막을 선택하는 연구에 착수하게 된 계기·이유는 무엇인가요?

A. 먼저 기본적으로 심장 판막 질환이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치료가 기존에 있던 병든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판막 치환술입니다.

대체하는 판막 종류는 금속으로 된 기계 판막과 주로 돼지 심장의 판막 또는 소의 심낭 막과 같은 동물 조직으로 된 조직 판막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기계판막과 조직 판막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게 다른데, 우선 기계 판막은 내구성이 굉장히 좋아 반영구적인 판막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물질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혈전이 많이 생기게 돼 혈전에 의한 심장 또는 뇌혈관을 막음으로써 뇌경색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항응고제 중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약물은 ‘와파린’ 딱 하나밖에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와파린’은 출혈 위험성이 상당히 높을 수 있어 일정한 간격을 규칙적으로 잘 지키고 피 검사를 통해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속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약의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물론 환자분들 중에서도 관리 수칙 등을 잘 지키시고 성격이 꼼꼼하신 분들은 그렇게 큰 불편함 없이 지내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선수 등 터프한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의 경우 ‘와파린’을 복용하는 것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계판막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대신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에 조직 판막은 항응고제를 강력하게 쓸 필요가 없는 판막입니다. 그 대신 15~20년 사이 재수술이 필요한 내구성에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심장 수술은 단순한 수술이 아닙니다. 심장 수술은 항상 사망의 위험과 큰 합병증의 위험을 안고 하는 수술로, 한 번 할 때마다 사망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한테는 항응고제 사용이 불편하더라도 기계 판막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고, 고령의 환자 아직 기대 여명이 이제 10년도 남지 않아 굳이 기계판막을 넣을 필요가 없으신 분들한테는 조지 판막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50대 후반~70대 초반의 환자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좀 애매모호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와 비슷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해당 연구의 데이터에서는 조직 판막과 기계 판막으로 변이점을 이루는 생존 변곡점에 해당하는 구간을 50~65세 정도로 보고 있으며, 현재 가이드라인이 해당 연구논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임상에서 느끼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50대 환자가 조직 판막을 넣게 되면 사실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애초에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생활 양식 등이 다 다릅니다. 

수명의 경우 우리나라는 서구보다 현재 기대 수명이 더 깁니다. 5년 정도 길고 그럼 80대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기존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조직판막을 50대에 넣은 사람은 반드시 수술을 1~2번 이상 추가로 해야 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에 있는 데이터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며, 현재 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에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여 우리나라의 데이터가 어떤지 궁금해서 이번에 연구를 진행하게 됐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인구에 대한 연령 기준에 따른 인공판막 선택 관련 데이터가 없으므로 이번 연구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데이터를 마련하려 합니다.



Q. 이번에 발표하신 연령에 따라 인공판막을 선택하는 ‘가이드라인’의 특징과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A.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데이터에서 아주 충실하게 채워져 있는 굉장히 많은 변수들을 합쳤고, 우리나라는 특히 생존율 분석에 있어 통계청 데이터와 연계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각 환자별로 현재까지 살아계시는지 또는 돌아가셨는지를 거의 100%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수만 명의 환자들을 거의 100퍼센트 다 놓치지 않고 넣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판막의 위치에 따라서도 달리 따로 분석했고, 연령 기준점이 어떻게 되는지를 좀 세밀하게 분석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어서 이번 연구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먼저 저희 연구진들은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동맥 판막 위치에서 판막 수술을 한 경우는 연세가 67세 이하이신 분들에게서 생존율에 골든크로스가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67세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조직 판막이 생존율 등에서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기계판막의 경우 뇌졸중이라든지 출혈 때문에 사망으로 연결되는 누적 빈도수가 오랜기간 지나다 보면 있어 아무래도 고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계판막 삽입 후 재수술의 위험도는 낮은 반면에 혈전 응고와 항응고제 문제 때문에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낮은 연령대의 경우는 재수술을 받을 때마다 발생하는 사망률이 계속 누적되면서 변곡점이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확실히 우리나라는 미국 데이터보다는 5살 정도 이상의 차이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그대로 임상의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타당치 않지만, 큰 방향성은 60대 중후반까지는 기계 판막에 유리한 점이 있고, 그 이후의 연령대부터는 조직 판막에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잘 설명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드리려 합니다.



더불어 승모판막의 경우 70살까지는 기계판막이 좋으며, 70살 이후에는 조직판막과 기계판막이 생존율 등에 있어 비슷한 수치를 나타냅니다.

이와 관련해 고찰해보면 승모판막은 혈전 발생을 더 많이 시키는 환경이 심장 내에 조성돼 있는 병으로, 판막질환만 해결한다고 혈전성 합병증을 다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항응고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조직판막을 삽입하더라도 고령에서는 그렇게 큰 이득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적어도 승모판막 같은 경우는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봤을 때 60대까지는 기계판막으로 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는 소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동시에 교체하는 경우도 이번 연구에 포함시켰습니다. 연구 내용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판막 2가지를 동시에 교체하는 경우도 승모판막 교체에서 나타난 데이터랑 굉장히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두 개를 동시에 교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조금 균질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큰 방향성은 대동맥 판막보다는 승모판막 쪽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므로 두 개를 동시에 교체하는 경우도 한 70대 전까지는 기계 판막이 더 유리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추가로 인공판막 수술 시 약물·진료법이나 연구 내용을 토대로 진료 시 주의할 부분이 있을까요?

A. 우리가 사용한 데이터는 2018년까지 데이터입니다. 5년 이상을 좀 경과 관찰을 하기 위해서 시간 차를 두고서 한 것이기 때문에 2023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미래 분석이 아닙니다.

지금은 진료와 수술 방법 등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술도 없이 조직 판막을 넣을 수 있는 경피적 대동맥 삽입술이 있는데, 외과의사로서 경피적 대동맥 삽입술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판막이 망가진 상태에서 재수술을 하지 않고 경피적 삽입술을 시행할 수가 있다는 것은 게임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니까 재수술에 따른 사망률이 굉장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피적 삽입술 등을 통해 조직 판막을 좀 더 젊은 연령대에 삽입해도 괜찮을지 등에 대해서는 향후에 추가로 분석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계판막에 대해서는 현재 새로운 항응고제 치료가 지금 임상시험 중에 있습니다.

‘와파린’처럼 약물 복용 지침이 엄격하고 피검사를 계속해야 되는 것이 아닌 비타민K에 의존하지 않는 항응고제 ‘노악(NOAC; 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을 대동맥 기계 판막 치환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론적 여지가 있어 지금 임상시험 중에 있거든요?

 만약에 이 임상시험이 성공한다면 기계 판막 치환술은 더 이상 ‘와파린’처럼 힘들게 항응고 수치를 조절하지 않고 굉장히 아스피린처럼 편하게 지내면서도 재수술의 위험이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술이 나은 것인지 또는 시술이 나은 것인지 충돌할 수가 있는 것이 거든요?

따라서 연구 데이터에서 제시되지 않은 새로운 항응고제 그리고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 이런 게 변수로 남아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인공판막 연구와 관련해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인공판막 관련 연구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기계 판막에 새로운 항응고제를 도입하는 임상시험을 저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심장내과 안정민 교수와 주축이 돼서 우리나라의 여러 주요 기관들이랑 협심해 지금 환자에게 실제로 투약하고 있거든요?

현재까지 연구 진행 데이터를 봤을 때에 미래는 밝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번 임상을 성공시켜 기계 판막이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수술적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기계 판막이 좀 더 선호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 입장에서는 이미 기계 판막이 삽입되신 분들은 훨씬 더 편하게 지내실 수 있게 되고, 판막 치환술을 고려하시는 분들도 수술에 대한 무게감이 좀 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가이드라인은 미국 가이드라인을 우리가 그대로 따르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가이드라인을 따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저희가 정치적 역량을 키워서 세계 미국·유럽 가이드라인에 인종적 차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 데이터의 예시로 인공판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연령대 등을 적용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포함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외래에서 심장 수술을 받아야 된다 하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막상 실제로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을 받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되게 겁에 질려 계십니다.

그러면서 암 수술은 빨리 수술을 해달라시면서 정작 심장 수술은 수술 안 하면 안 되겠느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암은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암으로 사망하시는 것처럼 심장 수술도 빨리 받지 않으면 오히려 수술을 받지 않은 암 환자들보다 더 빨리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잘 받으실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을 때에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도 많이 양호한 성적을 보여주시거든요?

사망률이 없진 않으나 이렇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고, 무엇보다 대부분 환자들이 수술 후 현격히 삶의 질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심장병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만, 우리 의료진들이 어떤 접근 방법이 환자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계속 연구하고 있으니까 저희들을 잘 믿어주시고 따라와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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