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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국내 신약개발 현주소와 정책제언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첨단 과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상당한 투자를 요구하는 딥테크다. 

근본적인 과학적 발견이나 기술적 도전에 기초해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고 사회 및 산업 전반에 걸쳐서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는 분야다.

한국은 혁신기술의 수용 속도가 빠른 나라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기간 동안의 정부 투자 지원정책에 힘입어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등 상당수의 바이오벤처기업들이 기술적 경제의 해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갖는 플랫폼 기술을 인정받는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 과학기술이 기업 가치임이 증명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수년간에 걸쳐서 기술특례 상장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이제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신약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투자 자금의 대부분이 소진되면서 상장 유지 요건마저 갖추지 못해서 매물로 나오거나 상장폐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 감소는 바이오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주원인이다. 얼마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반지주회사 CVC 제도가 도입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내부 유보 자금이 벤처 투자 재원으로 전환되고 창업 초기기업부터 후기기업까지 아우르는 균형 있는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혁신성장 기반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환경 변화에 따라서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 시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의 선순환 투자 구조 형성이 시장에서 정립되는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서 1993년 SK그룹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 투자한 SK바이오팜은 자력으로 직접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하는 등 FDA 승인 혁신 신약 2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빅 바이오테크로 도약을 준비하는 기업이 된 것이다. 대기업의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선순환 투자가 정부 지원보다 더 효율적이었다는 사실이 반증되고 있다.

최근 외신을 살펴보면 중국 기업이 사상 최초로 FDA에 신약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미 중국은 2021년부터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의 라이선스 거래의 3분의 1이 중국 기업과 이뤄지고 있다. 중국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2015년부터 세계를 선도하는 제조 강국을 위해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집중적으로 육성할 7대 과학기술 분야 중 뇌과학, 유전자/바이오 기술, 임상의학/헬스케어의 3대 기술이 생명과학 분야의 주력 분야로 선정된바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혹자는 중국 바이오가 성장한 것이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도 지금 바이오에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하는 정책에 개입하지 않으면 실기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FDA 접근성 향상, 현지 투자 유치 등 이점을 가지고 있는 미국내 별도법인 설립을 통한 FDA 임상, 기업공개(IPO),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는 뉴코(NewCo) 모델을 정립하면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지 단순히 연구개발비의 정부 지원을 통해서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공산국가인 중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딥테크 기업의 성장을 위한 경제 사회 환경변화에 시급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 중국의 의료시장규모, 인적자원, 투자자금등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신약개발의 경제 사회 환경을 정책 입안에 반영해야한다. 복제약을 만들던 과거 제약업계의 수준에서 기술수출과 국산 신약 개발, 해외시장 진출 등 물질 특허 신약을 간간이 창출해 내고 있르며 바이오벤처기업의 약진 등이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고무될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수준과 견주어 비교하는 것은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특히, 신약개발 씨드머니를 지원하면서 시작한 45년간의 정부 투자를 놓고 볼 때 산업적인 파급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정책 실패는 아니더라도 선순환 보조 지원정책 수립에 게을리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한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 업계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에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에서는 아직 투자 기간 대비 세계적인 대기업과 대표 제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반하여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정부의 AI 신약 개발 지원이 초기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본격 임상과 상용화 단계까지 확대돼 기업들의 데이터 접근성 확대와 후속 연구개발 역량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정부주도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비현실적인 의견을 아직도 내놓고 있다. 관련 협회에서도 신약 개발이 고위험 고수익사업이라는 수십년간에 걸친 구태의연한 말을 차용하면서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만이 바이오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신약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발표하고 있으니 첨단기술의 진보와 이에 걸맞는 규제의 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속에서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리베이트 관행과 처벌이 반복되고 있는 제약시장에서 실사구시의 엑시트가 없는 공허한 외침으로만 들릴뿐이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바이오전략의 주요 개정방향으로 신약개발 벤처 생태계 정비를 언급한바 있다. 신약 개발에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나 일본 신약 개발 벤처 생태계 내 개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금조달과 연구개발 환경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 요지다. 

이를 위해서 일본 정부는 벤처 창업부터 국내 환원까지 네 단계로 생태계 지향점을 구분했는데, 벤처창업 단계에서는 노하우가 축적된 인재풀 국내 확보, 대규모 자금조달 일반화, 지식재산 전략 수립 등이 중요하고, 사업화 이후 해외시장 진출 단계에서는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미국 시장 등 선진 시장을 타겟으로 한 성장 모델을 지향하고 이를 통해서 해외 벤처캐피탈 자금의 활용 및 해외 임상 추진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후기 임상 단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에 인수합병을 하거나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해 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양성된 글로벌 인재와 노하우, 네트워크 등이 자국 내 생태계 환원됨으로써 선순환 발전이 일어나는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지금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 수준은 과거보다 성장했지만 다국적 제약기업과 굴지의 바이오텍과 비교하면 아직 세계적인 수준은 아니고, 투자력이 미국·중국 등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에 비하면 훨씬 밀리지만 신약 개발의 의지를 가지고 틈새시장 공략 등의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미션 중심의 정책 수립 및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기업 육성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유시장 경쟁 체제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연구비 지원이 능사가 아니라 과학기술정책과 산업기술 정책이 우선되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파격적인 조세지원, 금융 지원, 규제 개편 등이 이뤄져야 한다. 보건복지정책과 의료사회정책과는 분리돼야한다. 이제 산업은 디지털라이제이션의 융복합 기술로 나아가고 있다. EU 등 과학기술산업 프레임워크 수립으로 선진화 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고, 항상 선제적으로 나오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바이오이니셔티브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20년 전부터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강화된 식약처의 포지티브 인허가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낙하산 전문가의 국가 위원회 자문역할이 없어져야하고, 과학기술 또는 산업기술 담당 공무원의 재직 기간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학벌과 학연 위주의 파벌을 탈피, 전문가들이 정부 기관과 산업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야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