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중 숨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수면무호흡증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도양 교수는 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 김창훈 교수와 함께 수면무호흡증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 실험쥐 모델을 통해,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는 늘고, 몸을 보호하는 조절 면역세포는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산소가 부족해지는 간헐적 저산소(intermittent hypoxia)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단순한 코골이나 수면장애로 여겨지지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전신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면역계 이상과의 연관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으나, 그 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산소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맞춤형 챔버를 활용해 생쥐 모델을 제작하고, 하루 7시간씩 4주 동안 간헐적 저산소 자극을 가했다. 그 결과, 몸의 면역 균형을 잡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는 줄어든 반면, 염증을 유도하는 Th17 세포와 IL-4, HIF-1 같은 염증성 물질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h17/Treg 비율이 현저히 증가하며 면역 불균형이 발생했다. 이러한 변화는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암 등 다양한 면역질환의 병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숨막힘 자극을 중단한 뒤 4주간 회복기를 관찰한 결과 면역세포의 불균형이 다시 정상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면 면역계도 회복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단순한 호흡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박도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무호흡증이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 문제가 아니라, 전신 면역질환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수면무호흡증이 면역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한 최초 사례로, 향후 전신 건강을 위한 치료와 관리 방향에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수면무호흡증 마우스 모델에서 간헐적 저산소에 의한 Th17/Treg 세포 균형 변화 분석’라는 제목으로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PLOS O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