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위로 표현 가운데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 “너무 예민한 것 같으니 편안하게 생각해요”라는 말은 상처가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이야기 하고 싶을 때 말해요 언제든 들어줄게”, “당신 잘못이 아니니 죄책감 갖지 말아요”라는 표현은 위로가 된다고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우울증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격려·조언을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감정을 존중하는 표현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임상우울증학회(회장 김영식)’는 2025년 9월 16일부터 9월 22일까지 1주간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성인 1195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환자에게 위로 또는 상처가 되는 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2025년 10월 19일 발표했다.
조사에는 남성 270명과 여성 925명이 참여했고, 연령대는 30~39세가 41.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40~49세(26.8%), 20~29세(18.5%) 순으로 참여했다.
조사결과, 2문항 우울증 설문지(PHQ-2)에서 우울증이 의심되는(3점 이상) 사람은 488명으로 40.8%를 차지했다. 본 설문을 통해서 위로하려고 주고받는 말 가운데 일부 표현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번 조사에 따르면,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라는 말은 상처가 된다는 응답이 7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너무 예민한 것 같으니, 편안하게 생각하세요.”로 68.6%, “괜찮아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는 51.2% 순으로 상처가 되는 말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반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말해요. 언제든 들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죄책감 갖지 마세요”,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도 괜찮아요”, “치료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 길을 함께 걸어갈게요”, “당신은 정말 멋지고 소중한 사람이에요”와 같은 표현은 위로가 된다는 응답이 모두 80% 이상으로 높게 기록했다.
또한, 같은 말이라도 성별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는 달랐는데, 여성은 “우리는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어요”, “당신의 기분이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할 거예요”와 같은 공감적 표현에서 평균 점수가 남성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더 큰 위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경우 동일한 표현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변화의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건 괜찮아요”와 같은 격려성 표현도 여성 집단에서 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조사에 참여한 허연 교수(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은 주변의 위로와 격려의 말에 대해 일반인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488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707명)을 대상으로 반응을 비교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우울증 의심되는 사람에서 상처가 된다고 답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요”(86.9% vs 68.8%), “너무 예민한 것 같으니, 편안하게 생각하세요.”(79.8% vs 37.1%), “힘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환자군 68.9% vs 비환자군 37.1%),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면 나아질 거예요”(67.1% vs 33.2%)와 같은 표현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위로보다는 부담과 상처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말해요. 언제든 들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84.4%),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죄책감 갖지 말아요”(77.9%),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에요”(71.6%)와 같은 메시지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위로가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허연 교수는 “우울증 환자에게는 조언이나 비교보다는 조건 없는 지지와 공감, 감정 수용이 더 큰 힘이 된다”라며, “선의로 건넨 말이 때로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우울증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가 보다 따뜻하고 섬세한 소통 방식을 고민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 설문조사 결과는 10월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2025년 임상우울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또한, 심포지움에서는 우울증의 병태생리와 진단의 최신지견, 우울증의 유전학과 생체표지자 연구의 현재,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우울증, 노인 우울증의 이해와 치료 전략, 현장에서 바로 쓰는 우울증 약물치료 가이드, 다른 정신질환과 동반된 우울증의 임상적 이해와 치료 전략, 1차 의료에서 효과적인 우울증 상담전략의 내용으로 학술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설문조사를 주도한 김영식 회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명예교수)은 “본 연구 결과를 통해서 언어적 위로의 수용 방식이 성별이나 우울증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는 단순한 위로보다 상대방이 공감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하다”며, “특히 여성 집단이 공감적 언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김영식 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진단으로 실손보험 가입이나 보험청구에서 불이익을 경험한 경우가 9.8%로 나타났으며,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정신질환을 급여 범위 내에서 보장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에서도 불이익 경험자가 11.9%로 비가입자 6.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여전함이 확인된 것으로, 학회는 우울증 환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대정부 정책수립이나 대국민 홍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