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외과 전문의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면서 환자들도 점차 위태로워지고 있다. 혈관질환 관련 보험기준과 심사기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따른 중증 및 적합 진료군 분류에 따라 파생된 결과로, 혈관외과의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이 혈관외과 의사들 입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9월 12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혈관외과 추계학회에서도 이러한 목소리로 강의장을 메웠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의 전강웅 교수는 최근 상대가치점수 및 각종 수술관련 수가가 상승하고 파열성 동맥류에 대한 수가가 신설되는 등 고무적 상황이긴 하지만 수술과 시술을 같이 시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술(관혈적 수술과 혈관내 치료를 병행) 수가가 사례나 지역, 평가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총대퇴동맥을 노출시켜 같은 쪽 또는 반대쪽 혈관의 재개통을 같이 시행한 경우 심평원은 단순히 대퇴동맥 노출을 접근로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대퇴동맥을 통해 여러 부분의 혈관내치료를 시행해도 피부절개선이 1개라는 이유로 수가를 2개를 초과해서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정맥질환이나 동정맥루 관련 수가 관련해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초이스외과 최찬중 원장은 최근 하지정맥류의 치료는 레이저나 비열치료(non-thermal treatment) 등 비보험치료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보험이 인정되는 유일한 치료는 광범위정맥류 발거술이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인력이나 장비에 비해 수가가 매우 낮게 측정돼 있고, 동시에 시행하는 국소제거술은 수가가 인정되지 않는 등 오히려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
동정맥루 수술 후 협착이나 폐쇄, 동맥류,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재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든 수술 수가를 동정맥루 교정술 한 가지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동정맥루 협착에 대한 다양한 혈관내 기구들이 사용 중인데 보험으로 인정되는 수가보다 사용하는 기구값이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이것 역시 의료비 상승을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적절한 교정술 수가 교정은 오히려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 이재훈 교수는 급성 또는 만성하지동맥 폐쇄증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했다. 현행 중증질환 분류체계는 임상적 위험을 반영하기에 부족하고 기준이 모호하여 수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신의료기술이나 중재시술의 중요성 반영에 미흡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급성 또는 만성하지동맥 폐쇄증은 중증질환군에서 배제돼 있다고 했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의 이환율이 증가하면서 말초동맥질환 발생율이 증가하고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사지 절단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다른 만성질환 유병율을 높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보훈병원 심장내과의 김수홍 과장도 중증질환 분류 체계의 미비점을 짚었다. 특히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증하지허혈괴사증 환자의 이환율이 악성림프종이나 피부암보다 높고 5년내 사망률은 난소암이나 골수암보다 높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증하지허혈괴사증에 사용되는 최신의 혈관내 치료 기구들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저수가 정책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공급 자체를 꺼려하는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저수가 자체 역시 시술이나 수술을 담당하는 혈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막대한 시간과 시설을 투자하면서 다리동맥 재개통 자체를 피한다고 꼬집었다.
대한혈관외과학회는 의료보험 정책 이면의 불합리하고 비생산적인 처우나 오직 수가절하와 삭감만을 지적하는 평가제도, 적절하지 않은 중증분류체계는 향후 우리나라 심혈관질환 치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앞으로 다학제적 수가 개선과 합리적인 중증분류체계를 위해 실무 의료진과 행정가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