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최근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편을 통해 검체검사 수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을 처치·수술 수가 원가 보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검체검사 진료비 비중이 높은 일부 진료과에 대해서는 향후 단계적 수가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 개편은 검체검사가 진단과 치료 결정의 핵심을 이루는 진료과의 특성과 의료 전달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일차의료 현장에서 필수 검체검사의 지속 가능성, 환자 안전과 공중보건, 의료비 지출 구조, 민감한 의료 관련 개인 정보의 보호와 관리 그리고 중장기적인 필수의료 인력 수급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본 개편안이 실제 진료 현장에 미칠 영향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우려 사항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보건복지부의 이번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편은 필수 검사의 적정 활용을 저해하여 환자 안전과 공중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비뇨의학과 진료는 요로감염, 전립선질환, 신기능 이상, 비뇨기암의 진단과 추적뿐 아니라, 최근 유병률 증가와 항생제 내성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성매개감염병의 관리에 있어서도 소변검사, 혈액검사, 배양검사 및 PCR 검사 등에 필수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병 진단에서 95% 이상의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는 PCR 검사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검사임에도, 동일한 수가 인하율을 일괄 적용할 경우 외부 수탁 성병 PCR 검사의 임상적 활용이 위축되거나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항생제 내성을 포함한 환자 안전과 공중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번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편은 비뇨의학과 1차 의료기관의 경영 기반을 약화시켜 의료 전달체계 전반의 비용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검체검사 수입 감소는 의원급 진료비의 실질적 하락으로 직결되어, 필수 검체검사의 시행 규모 축소 또는 검사 주기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증가시키고, 의원급에서 관리 가능했던 요로감염, 신기능 이상, 전립선질환, 성매개감염 환자들이 고비용 진료 단계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단기적인 검체검사 수가 절감 효과와 달리, 중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상급의료 이용 증가, 질병 진행에 따른 치료비 상승, 입원 및 합병증 관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전체 의료비 지출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검체검사수입에 상당히 의존하는 일차의료기관에서의 질환 치료에 대한 비중이 약해져 피부 및 미용 치료로 전환되는 악순환 구조로 빠질까봐 우려됩니다.
셋째, 수탁기관 분리 청구가 시행될 경우 비뇨의학과 진료 특성상 성병 검사 등 민감 상병과 관련된 개인정보 보호 위험이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의료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청구 체계와 달리, 수탁기관을 통한 청구는 환자의 민감한 의료 정보가 비진료 목적의 민간기관에 보관·관리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대규모 개인정보가 소수의 대형 수탁기관에 집중될 경우, 유출 시 피해는 환자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성매개감염병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은 중대한 인권 침해와 국가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비뇨의학과 진료 기반의 약화는 단순한 개별 진료과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초고령 사회에서의 필수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정책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수련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정 여건 악화는 교육·수련 환경의 질적 저하와 전공의 지원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비뇨의학과 진료를 담당할 전문의 인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배뇨장애, 요로감염, 전립선질환 및 비뇨기암 환자 진료 수요를 지역사회에서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어 의료 접근성 저하와 의료비 증가라는 이중의 부담을 국가에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비뇨의학회는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본 제도 개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하며, 불가피한 경우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한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합니다. 검체수가 저하로 인한일차 의료기관의 역할 축소 (수가 인하로 인한 특정과의 과도한 부담), 특히 특정 질환 관련해 역할 축소까지도 질환 관리, 의료인력 수급,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돼야 합니다.
2. 비뇨의학과 1차 의료기관이 필수 검체검사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수가 인하에 따른 급격한 수익 감소를 완충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검체 채취 과정, 환자 설명 및 상담에 소요되는 의료진의 필수적 의료행위를 적절히 평가해, 검사 수행에 따른 실제 진료 비용이 합리적으로 보전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을 제안합니다. 민감한 질환 특히 성매개감염의 경우는 검사 진행 처방 및 추후 설명에 상당한 의료진의 시간이 들어가는 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합니다.
3. 검체검사 진료비 비중이 높은 진료과에 대해서는 획일적 인하가 아닌, 진료과 특성을 반영한 차등 조정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특정 진료과에 과도한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제도 개편의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가 될 것입니다.
4. 민감 상병 관련 환자 정보가 수탁기관으로 공유되지 않도록 충분한 제도적·기술적 안전장치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민감상병의 누적 데이터 또한 병원에서의 관리가 우선이 돼야 합니다. 그 이유는 수탁기관이 동일 환자의 누적 데이터를 보유 및 관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감정보의 경우 데이터 정보 공유 등에 대한 동의 및 권리를 강화하고 검체 수가가 인하된다면 환자의 민감정보를 관리하는 관리 수가 등이 포함돼야 합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의료 재정의 건전한 운영과 제도의 합리적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에 깊이 공감합니다. 다만, 이번 제도 개편이 검체검사에 필수적으로 의존하는 일부 진료과와 1차 의료기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여, 국민의 진료 접근성과 환자 안전, 그리고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대한의사협회 및 관련 단체와 함께 보건복지부와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실제 진료 현장의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환자 안전과 공중보건, 일차의료의 기능, 필수의료 인력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본 제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고 실질적으로 보완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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