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터진 임의비급여 문제로 의료계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4일 백혈병 환우회는 만해NG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이 지난 1년간 백혈병 환자들에게 수 백억원 규모의 진료비를 불법과다징수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환우회는 “성모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는 다른 병원에 비해 40%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심평원에 진료비확인요청을 한 환자는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비급여와 선택진료비 총액의 40~60%를 환급결정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원측은 “현재의 요양급여 기준으로는 백혈병은 물론 모든 중증혈액질환의 치료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제도적인 모순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이를 근거로 의료기관을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이 같은 임의비급여 문제는 지난 6일 KBS 추적60분을 통해 방송되면서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환자들 “더 이상 의료기관 못 믿겠다”
진료비 과당 청구 논란을 다룬 추적60분이 방송된 후 많은 시청자들은 “이제는 병원을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세정씨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몇 천만원이나 하는 큰 금액을 더 청구했다면 이는 분명 문제”라고 전하고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는 국민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전했다.
김용채씨는 “청구하면 깎을 줄 알기 때문에 급여로 청구 안하고 환자에게 비보험으로 청구한다는 말인데 결국 환자들만 육체적, 정신적 또 경제적으로 힘든 시스템”이라고 전하고 제발 바꾸자고 강조했다.
정미자씨는 “의사를 믿지 말라는 건지, 병원을 가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아프지 말라는 건지 방송을 보고 나서 의문만 더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편 김소영씨는 “보험재정과 제도개선의 문제를 한 병원의 부당청구 문제로 몰아간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밝혔다.
또 강현우씨는 “방송을 본 사람들이 의사, 병원이 나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의료기관 “우리도 피해자”
임의 비급여는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검사나 행위이지만 공단에서 보험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부분을 임의적으로 환자에게 부담케 하는 항목을 말한다.
때문에 환자의 부담은 늘어나지만 환자는 조금 더 편하거나 확실한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병원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 환자들은 부당한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경우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적 양심에 따라 치료를 했는데도 돈벌이에 눈이 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 당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추적60분을 보면 골수검사용 바늘 치료재료비는 3만3000원으로 책정돼 있으나 실제 구입비는 5만원이 넘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만큼 요양급여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의 화살이 의료기관으로만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 의료계의 한결 같은 생각이다.
“맞아죽으나 굶어죽으나 매한가지”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 중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강심제를 더 투여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약을 더 쓰게 되면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죽어가는 환자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까?
한 대학병원 교수는 “눈 앞에서 환자가 죽어가는데 ‘보험이 안되니깐 할 수 없다’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하지만 나중에 병원비를 계산하는 상황이 오면 많은 환자들은 왜 보험이 되는 항목인데 비급여로 처리됐냐고 따지기 일쑤다.
이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기 보다는 왜 더 많은 돈을 청구했느냐고 따진다”면서 “심한 경우 멱살을 잡히기도 하는데 맞아죽든 아니면 굶어죽든 죽는 건 매한가지라면 솔직히 임의비급여로 청구하고 맞아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