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현 회장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다음 회장을 뽑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강신호 회장 재추대 움직임이 무산된데 이어 '효성 조석래 회장 카드' 마저 불발되는 등 소속 그룹들의 갈등과 반목의 조율이 쉽지 않아 차기 회장 선출 문제는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미지 실추와 함께 경제단체 맏형으로서의 전경련 위상도 더욱 흔들리게 됐다.전경련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46회 정기총회에서 전형위원을 구성, 차기 회장 선출 문제를 논의했으나 추대에 실패했다.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회장단 고문으로 차기 회장 추대 모임을 구성해 단일 후보를 선정, 가급적 3월 안에 임시총회를 열어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는 강 회장이 회장직 직무를 대행한다.총회에서는 기존 20명의 부회장단 멤버 외에 새로 박용현 두산산업개발 회장을 편입하는 등 총 21명의 부회장단을 선임했다. 최근 강 회장 3연임에 반대해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던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도 부회장단에 유임됐다.총회에는 강 회장과 조 부회장 외에 부회장단인 조석래 효성, 이준용 대림, 류진 풍산,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과 고문인 김준성 이수화학 명예회장만 참여했으며 4대 그룹을 비롯한 다른 주요 그룹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차기 회장 선출이 불발된 배경에는 대림 이 회장이 효성 조 회장 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 회장은 "지난 1월25일 전경련 회장단 월례회의 이후 한달여 동안 5∼6차례 모여 차기 회장 문제를 논의했고 그때마다 참석했으나 결론을 못내려 송구하다"면서 "강 회장이 지난 주말 저에게 제의했으나 (69세로) 나이가 많아 못하겠다고 했고 차기 회장은 70이 가까운 사람은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연장자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효성 조 회장(72)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차기 회장 후보는 조 회장과 이 회장 등 2파전 양상을 보였고 일부에서는 조 회장 대세론이 흘러나왔으나 전날 열린 회장단 모임에서도 결론을 못냈다. 조 회장은 효성이 재계 순위 29위로 사세가 약한데다 일부 4대그룹 등에서도 전경련 위상 약화를 우려해 반대의 뜻을 표하면서 의견 수렴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처럼 전경련 회장이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추대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해관계가 다른 그룹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일후보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차기 회장으로는 이 회장이 '50대 후보론'을 제시하는 등 보다 힘있는 그룹의 젊은 총수군에서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아 김승연 한화(55), 조양호 대한항공(58), 현재현 동양(58), 신동빈 롯데쇼핑(52)등 50대 총수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기자(hrefmailto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