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정치 비즈니스와 의료사고에 따른 법정투쟁 등을 그려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하얀거탑’.다음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 드라마는 4일 주인공 장준혁이 담관암에 걸린 사실이 밝혀지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방송이 나간 뒤 이 드라마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주인공 ‘장준혁을 살려달라’는 시청자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시청자들은 “장준혁, 이 자리에 어떻게 왔는데…죽이지 말아요” “장준혁이 죽으면 다시는 MBC를 안 보겠다”라는 글과 함께 “장준혁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드라마가 끝나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며 제작진에게 선처(?)를 호소했다.시청자를 사로잡은 주인공 장준혁은 누구인가? 그는 극 중에서 외과 과장에 선출되기 위해각종 수단을 동원한 권모술수를 서슴지않고 보여줬다. 외과 과장이 된 뒤 의료 사고로 환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이후에도, 오히려 거짓증언과 증거은닉으로 피해자인 환자 가족을 어려움으로 몰아붙였다.하지만 장준혁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은 “한 번의 실수 없이 자기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장준혁은 프로이고, 프로는 아름답다”고 그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았다. 오히려 극중 장준혁에 맞서 의료사고의 진실을 밝힌 인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한 시청자는 진료 당시 상황을 법정에서 고백해 장준혁이 패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염동일에게는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조직의 쓴맛을 봐야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또 역시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를 위해 법정에 섰다가 병원에서 쫓겨난 장준혁의 친구 최도영에 대해서도 “최도영이 살인의 공범이다” “너무 독단스럽다. 이런 자가 권력을 잡게 되면 국가가 망한다”고 몰아붙였다.이 같은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 의료사고가족연합회 이진열 회장은 “상업주의 방송에서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보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아무리 방송이라도 의사가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와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해 보면 금방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회장은 “극에서는 시청자에게 의료 사고를 당한 환자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가볍게 지나치고, 장준혁의 감정적인 변화만을 보여주므로 자연히 의사가 겪는 힘든 상황만 보게 된다”며 “실제 자신들의 가족이 의료 사고를 당해 소송에 휘말려 말 못할 경제적인 고통과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면, 사회적으로 자기보다 더 많은 권력과 부를 가진 자로부터 소외당하는 아픔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극중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도 “통상 의료사고로 재판을 할 경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하여 진료기록부의 광범위한 위·변조, 거짓증언, 감정 의사에 대한 접근 등이 당연히 있다는 전제 하에 재판이 진행된다”며 “의료사고를 당하여 재판을 진행하여 본 환자나 그 가족이라면 이런 은폐와 거짓 증언은 드라마이든 현실이든 정확히 일치한다고 느낀다”고 밝혔다.이 회장은 “의료사고를 당하여 의사들로부터 많은 고통을 당하여 본 사람은 당시 상황을 잊고 싶기도 하고, 드라마에서 의료진을 너무 선한 사람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어 의식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장준혁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므로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일반인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므로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9개 국립대 병원이 2002∼06년 6월까지 국회에 제출한 의료사고 관련 소송건수는 191건으로 나타났다. 2003년 이후 의료사고 소송 건수도 증가추세를 보여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2003년 5건의 의료사고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으며, 2004년 14건, 2005년 18건으로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