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치료중인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LG트윈스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찾은 지난 11일은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리는 짜증스러운 날씨였다.
마치 분무기로 쏘아대는 듯한 뿌연 빗방울은 우산을 쓰기도, 그렇다고 안 쓰기도 애매했으며 비 때문에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 또한 매우 높은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이번 취재는 어떤 날씨상황과 난관이 있더라도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취재였다. 기자가 무한하게 애정을 보내는 LG트윈스에 대한 취재였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고 생각한 기자는 아침부터 심호흡을 해가면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 동안 숱하게 야구장을 가봤어도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금단의 영역 야구장 1층 중앙문을 넘어서는 순간,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평상심은 이미 어디론 가 날아가버렸다.
이번 취재는 지난달 29일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조인식을 갖고, 난치병으로 치료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사랑의 적립행사를 시작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다.
LG트윈스 김지현 마케팅팀장은 “개인적으로 선행을 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못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아 이번 협약을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선수들에게는 동기유발이 되고 팀으로서는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어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서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어린이들의 수호천사로 나서는 선수는 외야수 이병규(32), 박용택(27)과 투수 이승호(30), 포수 조인성(31) 등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네 명이다.
먼저 이병규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안타제조기로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최근 맹타를 휘두르면서 현재 최다안타 1위를 기록중이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특히 강해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국내의 몇 안 되는 ‘국제용’ 선수이기도하다.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국내 프로야구 선수로는 유일하게 한국을 이끄는 대표 인물 1%에 선정돼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KOREA 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란 제목으로 오는 10월 ‘GONGTO(공토)’에서 발행되는 책에서, 이병규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 선수로는 유일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 480명에 포함돼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
지난해 타격왕을 차지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던 이병규 선수는 올해 160개의 안타를 예상하고 있다. 안타 당 3만원씩 적립을 하게 되는데 예상 달성 금액은 480만원이다.
엘지의 쿨가이 박용택 선수는 도루 하나 당 10만원씩을 적립하고 있다. 지난해 그는 4번을 치면서 도루왕을 차지해 발도 빠르고 파괴력도 있는 4번 타자의 새로운 유형을 창조해냈다.
특히, 잘생긴 외모와 패션모델 뺨치는 패션감각으로 인해 야구가 9명이 하는 건지, 아니면 11명이 하는 건지도 모르는 여성들도 박용택의 이름 석자는 알고 있을 정도다.(이는 예전 서용빈 선수도 누렸던 영광이다).
지난해 43개의 도루를 기록해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45개 이상의 도루를 노리고 있다. 연간 적립 예상금액은 450만원.
‘앉아 쏴’ 조인성 선수는 국내 프로야구 포수 중에서 가장 강견을 자랑하는 선수이다. 포수자리에 앉은 채로 2루 송구가 가능해 ‘앉아 쏴’라는 별명이 생겼다.
예전 모 스포츠뉴스에서 그의 송구 시속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135km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어깨는 특별하다.
지난해 그는 12개의 도루저지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두 배 이상인 2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루저지 하나 당 10만원씩 적립해 250만원을 적립한다는 목표다.
LG의 에이스 이승호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불 같은 강속구로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유린하는 공포의 ‘닥터K’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이승호 선수는 마운드가 아닌 곳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신사였고 또 한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미 인터뷰이와의 객관적 거리 두기에 실패했기 때문에 에디터가 아닌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1승당 20만원을 적립하기로 한 이승호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돕는 것을 보고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딸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아이가 아플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또한 얼마나 도움이 절실한지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선수는 “승리를 따내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는 내가 후원하는 가은(8)이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며 “반드시 올해 목표 치인 15승을 해보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 선수는 “지난해는 부상으로 5승밖에 못했는데 올해는 감이 좋다”고 전하고 “지금은 내 페이스만 잘 유지하면 어느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승호 선수의 예상 적립금액은 300만원. 네 선수가 모두 예상기록을 달성하면 1480만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LG는 지난 5일부터 매주 일요일 홈 경기에 ‘LG트윈스 팬 닥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팀 김지현 팀장은 “이 서비스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의료진이 어린이 팬을 대상으로 무료검진을 해주는 서비스로 국내 구단이 야구팬을 대상으로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LG트윈스는 앞으로도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시작 불과 한 시간 전이어서 네 선수를 모두 만나볼 수 없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어린이를 사랑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네 선수를 비롯한 모든 LG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길 기대해본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
200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