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 임산부가 지속적인 감기증세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감기처방만 하고 X-Ray 촬영 검사 또는 권유를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병원측의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임산부 A는 03년 4월 12일 피고병원인 경기도 소재 B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은 이래 5월 10일, 6월 7일과 21일, 8월 26일, 10월 2일과 6일, 16일 각 B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들이게 진료를 받았다.
임산부 A는 임신할 무렵부터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있었는데, 위 증상은 점차 심해져 임신 후기에는 가슴 및 허리 통증으로까지 이어졌다.
임산부 A는 B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곤 했는데 담당 의사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처방 또는 검사를 시행하지는 않았으며, 임신 후기인 03년 10월 2일 의사 C가 감기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을 처방해줬다.
임산부 A는 임신기간 중 위와 같은 증상과 관련해 다른 병원에서 따로 진료를 받지는 않았다.
임산부 A는 10월 16일 B병원에 내원했다가 조기 진통으로 다음 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됐는데, 17일 시행한 흉부엑스레이촬영 결과 오른쪽 아래 폐 부분에 폐음영의 증가가 있으며, 이러한 소견은 폐렴 또는 흉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 A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10월 28일 아기를 출산한 후, 같은 병원에서 11월 10일 병리검사 결과 비소세포암 진단을 받았고, 11월 26일 비소세포성폐암 병기 IV기로 확진을 받았다.
임산부 A는 항암 약물치료를 받던 중 04년 8월 1일 사망했다.
이에 수원지법은 “임신기간 내내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보여 B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할 무렵 폐암이 이미 발병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흡연경력 없는 여성이 수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기침증세를 호소했다면, 비록 B병원의 진료과목이 산부인과라고 하더라도 담당 의사들로서는 흉부엑스선촬영 등을 통해 이상소견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거나 이를 권유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병원측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조기에 폐암을 발견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생존기간을 연장할 여지도 있었다고 보여지고, 적어도 자신의 병을 인식하고 준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이에 따른 본인 및 가족들인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비소세포암 환자의 5년 생존률이 병기 2의 경우에도 24~34%에 불과한데, 병원 에 내원한 초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의 폐암의 진행정도 를 확정할 수 없어 수술치료 등으로 사망의 결과를 막을 수 있었으리라고 볼 수는 없으며, 폐암 발견 시기를 앞당겨 생존기간이 다소 연장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연장 가능한 기간, 노동능력의 잔존 여부, 피고측의 과실이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그 손해액 산정도 불가능하므로, 일실수입, 치료비 및 장례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