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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기획1]만성적 간호인력난, 병원계 ‘뜨거운 감자’

근무수명 단축 및 의료서비스 질 하락, 의료사고까지 ‘한계수위’

정부가 올해 잇따라 간호등급 차등수가제를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만성적인 간호 인력문제가 병원계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금 부상할 전망이다.

‘간호인력 확충이냐 경영이냐’ 마치 햄릿의 고뇌와 같은 이 같은 명제는 병원계의 오랜 숙제였다.

충분한 간호인력은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근무환경 개선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환자 만족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간호인력 확충에 드는 만만찮은 비용으로 인해 병원의 득과 실 계산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었다.

하지만 간호인력 확충은 더 이상 이 같은 단순 계산으로 해결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홍명옥)이 발표한 ‘200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 근무자 중 여성의 비율이 80.2%로 남자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간호사는 전체 직종 중 절반인 5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대부분이 여성이자, 그 여성의 상당수는 간호사라는 것이 엄연한 의료계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연세의료원 총 파업 사태에서도 간호인력 확보를 통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은 핵심쟁점 4가지 사항 중 하나였다.

연세의료원 조합원 가운데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60~70%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간호인력으로 조합원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업무부담이 ‘간호등급 1등급 상향 조정’이라는 요구로 표출된 것이다.

비단 연세의료원뿐 만 아니라 주요 종합병원들이 간호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간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6000명이 병원 근로자들이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영원) 역시 2007년 임금단체협약에서 환자의 의료서비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간호인력 확보를 핵심요구로 정해놓고 있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주 40시간을 대부분 초과해 근무하고 있으며, 특히 간호사 초과근무 수준은 병원 내 다른 직종과 비해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1]



이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은 다른 직종에 비해 짧은 근속년수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2006년 서울대병원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체 간호사 근속년수는 6.1년 정도이며, 중환자실 간호사의 근속년수는 그보다 훨씬 낮은 2.9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5일제 실시로 인해 이 같은 업무부담은 더욱더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200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 근로자들의 절반인 50%가 주 5일제 실시로 인해 근무당 인력이 줄어 오히려 노동강도가 강화됐다고 응답했고, 35%는 파행근무, 변형근무 등으로 근무조건이 더 나빠졌다고 응답해 주 5일제 실시에 따른 인력 충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 2007년 6월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경북대병원, 동아대병원, 동산의료원 등 5개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번 이상 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87.3%, 여러 번 이직을 생각했다는 응답이 76.1%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직이유로 74.7%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라고 응답했으며, 92.4%가 ‘중환자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해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하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호사 스스로가 갖는 위기의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93.1%가 ‘직무스트레스 등의 검사를 정기검진에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한 것과 응답자의 92.4%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위험하고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업무강도로 인해 간호사의 건강에 심각한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슬아슬하게 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