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연구진은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게재된 논문에서, “아디포넥틴(인슐린감수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풍부하고 렙틴(식욕억제호르몬)이 부족한 마우스는 과식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마우스들은 병적으로 비대하게 되었지만 인슐린감수성을 보유하는 관계로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함으로써 염증, 당뇨, 심장질환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는 과잉의 칼로리를 간, 심장, 근육조직에 저장하지 않고 지방조직에 저장함으로써 가능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지방 축적량의 증가가 항당뇨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최초의 논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비만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축적량이 증가하더라도 적절한 장소에만 국한된다면 당뇨와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방조직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필요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방조직이 에너지대사와 비만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아디포넥틴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방조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어 왔다.
1994년에 아디포넥틴을 발견한 Scherer 박사는 “지방축적량이 증가하면 아디포넥틴 분비량이 감소하는데, 이는 미래에 당뇨병, 심장질환, 암이 발병할 위험을 증가시키는 좋은 지표”라고 말한 바 있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조직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로 비만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어 왔다.
아디포넥틴은 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인슐린저항성은 심장병의 위험인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아디포넥틴은 혈장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으면서 전신을 순환하기 때문에 이를 지표로 삼아 지방대사 이상을 검사하기도 하며, 염증억제 물질로 작용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었다.
지방세포는 전신에너지 저장의 관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는 ‘중성지방을 저장하는 능력’과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는 많은 단백질을 분비하는 능력’에 기인한다.
이 두 가지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전신의 인슐린저항성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한다.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단백질(렙틴, 아디포넥틴, 레지스틴)이 결핍된 마우스는 대사장애가 발생한다.
반면 지방세포 자체가 없는 마우스 역시 대사장애가 발생한다. 지방위축모델(lipoatrophic models)을 관찰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방조직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면 중성지방이 간이나 근육에 저장되는데, 이렇게 축적된 지질, 특히 간에 축적된 지질은 인슐린저항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상의 사실들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간과 근육에 축적된 지방이 지방조직으로부터 흘러넘친(spillover) 것이라면, 지방조직의 지방수용 용량을 확장시킴으로써 이소지질(ectopic lipid)의 축적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
구체적으로, Scherer 박사를 포함한 연구진은 “과식에도 불구하고 아디포넥틴이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아디포넥틴은 풍부하지만 렙틴은 부족한 유전자조작 마우스를 개발했다.
실험마우스는 렙틴이 부족한 관계로 먹는 것을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낼 수 없어서 먹이를 지속적으로 섭취하였고 그 결과 체중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아디포넥틴은 풍부하였기 때문에 생리적으로는 날씬한 상태를 유지하였다. 실험마우스는 또한 PPARγ 표적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고, 지방세포에서 대식세포의 침윤이 감소하였으며, 전신염증이 감소하였다. 결과적으로 실험마우스는 체지방증가와 인슐린감수성개선이 양립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연구진은 아디포넥틴을 과도발현하는 돌연변이마우스로부터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지방조직의 크기가 확장되는 것을 관찰했다. 놀랍게도 지방조직이 무제한적으로 확장되더라도 모든 대사수치는 완전히 정상상태를 유지했다.
이와 동시에 중성지방은 간과 근육으로부터 피하지방조직으로 효과적으로 재분배되었다.
연구진은 “아디포넥틴의 지속적 발화(firing)가 지방조직에서 보다 많은 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기근신호(starvation signal)를 만들어 내었기 때문에, 이 마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마우스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복혈당과 내당능(glucose tolerance)만은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인슐린저항성, 당뇨,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은 과식 자체가 아니라 지방을 적절한 장소에 축적시킬 수 있는 능력의 부족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디포넥틴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지방세포가 지방을 수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과잉의 지방이 위험한 장소(간, 심장, 근육조직)에 축적되고 염증, 당뇨, 심장질환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성인의 66% 이상이 과체중이나 비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잉의 칼로리를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과잉섭취된 칼로리는 어디로든 축적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과잉의 칼로리를 해(害)가 적은 장소에 축적시키는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복부 둘레에 비만이 있는 사람은 허벅지에 비만이 있는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과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의 목표는 개별부위의 지방을 조작하여 좋은 부위의 지방축적을 증가시키고 나쁜 부위의 지방축적을 축소시키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분해나 지방흡입 등을 요하지 않는 새로운 비만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운동과 소식(小食)이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의사들의 권고는 연구진의 연구가 완료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진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adipokine) 중의 하나인 아디포넥틴을 대사증후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으나, 아디포넥틴과 쌍벽을 이루는 지방호르몬인 렙틴에 대해서도 비만과 관련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