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모 병원의 진료 환자 2,000여 명의 명단이 선거인단에 불법 등록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입원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도박사이트에 이용해온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병원 관계자와 조직폭력배 등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병원측의 허술한 환자 정보관리 실태를 엿보게 했다.
익산경찰서는 11일 병원 치료환자 3만2,219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도박사이트에 이용한 혐의(주민등록법위반 등)로 조직폭력배 이모씨(22·무직)와 모 병원 간호조무사 유모씨(여·4) 등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도박 게임머니 환전상 최모씨 등 3명에 대해 사전영장을,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도박게임을 벌인 장모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각각 신청하고, 병원장 안모씨와 게임자 이모씨 등 7명에 대해서는 관리책임 등으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5월 29일 저녁 8시 40분께 익산시 모 상가주택 등 10여 곳에서 병원에서 확보한 환자 3만2,219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뒤 게임머니를 모아 현금으로 환전하는 수법으로 모두 7,1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또 익산 모 외과 간호조무사 유씨와 또다른 병원 직원 최모씨(27)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 등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당직 날 병원 컴퓨터에 보관 중이던 환자 개인정보 파일을 이동저장장치(USB)에 복사토록 해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건넨 환자들의 정보는 교수와 교사, 사업가, 회사원 등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씨 등은 이들이 끌어모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준 대가로 모두 4,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 등은 R도박사이트 초기 가입시 축하금 명목으로 30만원의 게임머니가 지급되고, 이후에도 재접속할 경우 매일 게임머니 10만원씩 3차례에 걸쳐 재충전할 수 있는 점을 노리고 환자들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무더기로 가입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게임머니를 한 사람에게 모두 몰아준 뒤 환전상을 통해 10만원당 300원씩 현금으로 돌려받은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악용해 돈을 벌려는 조직폭력배와 인터넷 PC방 업주, 병원측의 도덕적 해이가 한데 맞물려 벌어진 사건”이라며 “이들이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관계자가 개입했는지와 확보한 개인정보를 또다른 곳에 악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양승조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10일 “전주지역 모 병원의 환자 2,053명의 진료기록이 외부로 불법 유출돼 예비경선 선거인단으로 등록됐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메디포뉴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새전북신문 김동욱 기자(sonbal@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