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건강검진 도입과 관련, 의료계는 아이의 기록이 고스란히 공단에 남는 것을 두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는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영유아 건강검진은 출생 후 만6세가 될 때까지 우리나라의 영유아는 누구나 총 5차례에 걸쳐 본인부담 비용이 전혀 없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취지이다.
복지부는 영유아 건강검진 실시와 관련해 “영유아 건강검진 도입은 영유아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긴 위한 것이다.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 사항을 우선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이 같은 영유아 건강검진 시행과 관련해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가 건강보험공단에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며, “태어날 때부터의 발육상태 즉 키, 몸무게, 머리 둘레 등을 비롯해 선천성 질병 여부, 심지어 정신적 문제들 즉 인지장애의 가능성 등이 기록된다는 것이 무서울 따름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설명회에 참가한 한 의사는 “아이들 발육 상황이나 정신병 가능성 등에 대한 기록이 영구히 남는 부분에 신경이 쓰였다. 예를 들면 보험 가입이나 회사에 취직할 때 일차적으로 과거 기록으로 걸러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실제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 기회의 평등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영유아 때 신체적 문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되면 그 아이는 ‘평생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영유아라고해서 개인정보 기록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굉장히 엄격한 절차를 거쳐 소수의 인원만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업무상으로 조회를 하게 될 경우라도 영구 보존된다. 그리고 매월 개인정보와 관련된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단의 대답에도 일선 의사들은 공감을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국정감사에서 수많은 공단 직원들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한 사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의사는 “공단이 모든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상태를 보관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어쩌면 장차 이러한 자료가 쌓인다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열등인간을 어릴 때부터 선별해버릴 가능성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영유아 건강검진에 대해 의료와 사회포럼은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가 영유아 건강관리를 위해 좋은 사업을 펼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사업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숨어 있으며 만일 문제점들이 보완되지 않고 시행된다면 먼 훗날 심각한 인권 침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아울러 의료와 사회포럼의 성명서에는, 검진 내용이 영유아의 신체 발육상황, 선천성 질병들, 정신질환 가능성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로서 이러한 자료들을 건강보험공단에 ‘집중 보관’ 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료와 사회포럼은 “이와 같은 문제점 투성이의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에 대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한의사협회 등 각급 의사단체는 다시 한번 재검토해서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며, “만일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강행할 경우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와 협력해 철회될 때까지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