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피해구제법과 관련해 현재의 상태에서의 통과는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별첨으로 들어가 있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논의가 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소비자시민연대는 “지금의 상태에서는 통과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만약 지금 정도의 법안에서는 결국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꼴”이라며, “그래서 사실 우리는 이런 상태라면 통과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줄기차게 연내에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과는 180°다른 것이다. 이처럼 의시연이 기존의 입장과 달리 늦추려고 하는 데는 기존조항에서 수정된 내용 때문이다.
수정된 주요 내용을 보면 제4조 1호에 대한 입증책임의 제한 혹은 완화를 위한 ‘제1호의 경우 환자, 보호자 또는 상속인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이 의료에 관한 과실이 있는 행위가 있고, 그 의료행위와 피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각각 증명하는 때에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강태언 사무총장은 “이 조항은 사실상의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이처럼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그 자체가 과실과 무과실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를 계량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이 조항은 입증책임을 다시 환자에게 고스란히 지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신속히 처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보완해서 다시 법안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만약 현재의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법과 같다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처럼 의시연은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법안을 발의한 이기우 의원은 밀어붙이려는데 힘을 실고 있어 법안이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상황이 연출 될 것으로 보인다.
의시연 강태언 사무총장은 “지금 상태에서의 법안이 통과 될 경우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처리, 심적 안정, 보상 등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우려하며,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이 모두 한 마음으로 토론의 장을 만들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료계는 마음을 닫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고 성토했다.
또한 의시연은 법안 통과와 상관없이 조만간 약 3000여건에 달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할 뜻을 밝혔다. 이번 공개는 년도별, 진료과목별, 의료사고 유형 등등을 담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태언 사무총장은 “현재 80%이상 준비됐다. 이번 발표에서는 의료사고가 어떻게,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모두 모은 것으로서 전국의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며, “이처럼 의료사고 유형을 발표하는 것은 병원을 겁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사고의 심각성과 추이변화를 알고자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조만간 발표하게 될 의료사고 유형 발표에 의료기관명이 기재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내부적인 회의를 통해 의료기관명이 공개될 수 있어 관심이 증폭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