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없는 투자없다. 규제완화-투자-고용창출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규제가 고용부진의 주된 원인이 돼 온 것이다. 경제계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반기는 첫 번째 이유는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여기에 반기업정서의 완화도 한몫한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정말 고대하던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상당수 재계 인사역시 이 관계자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규제 개혁이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경기 선순환의 선행조건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최우선=기업규제완화는 수도권 규제완화에서 시작돼야한다는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의 일치된 입장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 규제 피해사례 현황’을 보면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국내외 기업들이 54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보했거나 포기했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한 의약품 제조업체 A사는 우수의약품제조기준(CGMP) 도입으로 2009년부터는 항암제와 기타 일반의약품과의 생산시설을 분리해야하기 때문에 지난해말 공장증설을 지자체에 요청했다. 하지만 자연보전권역내에서는 1000㎡(303평)이상의 공장 신증설을 금지한다는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직도 시설 승인을 못받고 있다. 부천의 한 회사는 8000만 달러를 들여 반도체 제조공장 1개동을 증설하려 했으나 규제에 묶여 다른나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같은 규제는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 완구업체인 레고랜드는 2억 달러를 들여 경기도 이천에 대규모 관광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규제로 결국 2002년 독일로 근거지를 옮겼다. 산업자원부 조사결과 외국인 직접투자유치액은 2004년 127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2억3600만달러로 줄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투자유발효과가 엄청 나기 때문에 하루속히 이뤄져야한다”면서 “원칙적으로 규제완화하되 예외적인 부분에서만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관계부처 및 지자체가 합의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내년 미국경제침체 예상, 중국 긴축경기기조 등으로 수출 상황이 어려울 전망이어서 규제완화를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수도권 규제책이 지방균형발전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점도 규제완화의 근거로 꼽힌다.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 수도권 규제 때문에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을 가진 기업은 9%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는 수도권 기업의 40%가 지나친 규제로 10년 내에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가,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지방보다는 외국으로 가겠다는 사고가 기업내에 팽배한 셈이다.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기업들이 수도권 규제완화 못지 않게 관심을 갖는 것은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완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출총제가 전면 폐지될 경우 11개 응답 그룹 가운데 8개 그룹이 2년 내 약 14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이들 규제는 외환위기 후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들”이라며 “당시와 지금은 기업의 투명도와 대외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출총제 폐지는 현 정부 내에서도 꾸준히 완화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들어 공정거래법 개정 등으로 출자총액제한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돼, 추가출자가 불가능한 회사는 올해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 2개 뿐이다.
금산분리완화주장에 대해서도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이는 규제가 아니라 일방적인 기업 독점현상을 막기위한 시장의 룰”이라며 “삼성비자금의혹에서 보듯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사금고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