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한모씨(30·서을 송파구)는 언제부턴가 시도때도 없이 다리에 진동을 느낀다. 평소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 이후 오지도 않은 전화가 온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겪고 있는 것.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더하면서 증상은 더욱 잦아졌다.
이같은 증상은 일종의 환각 증상 중 하나인 환촉(幻觸)증상으로 흔히 ‘유령진동증후군’(phantom vibration syndrome)으로 불린다.
이 용어는 최근 한 해외언론을 통해 이슈화 된 신조어로 의학용어는 아니며, 의학적으로는 ‘환영사지증후군’(phantom limb syndrome)의 일종이다. 즉,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발가락에서 가려움이나 간지러움을 느끼는 것처럼 실제 자극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느끼거나 미세한 자극에도 신경이 반응하는 증상을 말한다.
유령진동증후군을 겪게 되는 이유는 휴대전화가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면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과 강박관념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전화 사용이 많은 10∼20대나 통화 의존도가 높은 영업사원일수록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핸드폰 사용 줄이는 것이 최선=하지만 의학전문가들은 이같은 증후군을 치료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최대한 핸드폰 사용을 줄임으로써 의존도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지속적인 환청·환시를 경험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증상은 정신병과 달리 본인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환각’에 해당하는 만큼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유령진동증후군을 경험하게 되면 ‘내가 긴장하고 있구나’ 하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두고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꺼 놓는 등 핸드폰 사용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의식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또한 착신방식을 진동을 벨이나 불빛으로 전환하거나 중요한 통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이동통신사에서 핸드폰을 꺼놔도 문자로 알려주는 부재중알림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순 증상완화보다 몸 상태 점검이 중요=오히려 유령진동증후군은 증상을 없애거나 완화시키는 노력보다 몸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같은 증상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 치료에 집착하고 있다면 다른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모든 감각이 곤두선 상태에서 작은 자극에도 뇌가 오해하는 현상인 만큼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또 다른 증상, 질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주영 교수는 “소위 유령진동증후군으로 불리는 이런 증상은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고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면 없어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이같은 신경적인 증상이나 이에 대한 걱정이 현재 몸상태가 긴장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인 만큼 건강의 바로미터로 삼아 내 몸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류장훈 기자(r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