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요양기관의 당연지정제를 계약제로 바꿀 경우 건강보험 운영이나 진료비 등이 의료기관에 휘둘리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계약제로 바뀔 경우 경쟁력이 있는 기관만이 건강보험의 틀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창엽 원장은 23일 머니투데이에 기고문을 통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을 수 있게 허용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라며 당연지정제와 계약제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창엽 원장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열면 선택의 여지없이 '당연히' 건강보험 진료를 하는 기관이 된다. 그래서 지금 제도를 당연지정제”라며 "이를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측이 말하는 대안이 이른바 ‘계약제’이다. 이는 건강보험 환자를 볼지 말지 각 의료기관의 자유에 맡기는 방식을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창엽 원장은 계약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계약제라는 이름이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계약제 방식을 택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기관별로 따로 협상을 하고 계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나 보험자가 전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후 의료기관이 이를 수용하면 계약된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계약과는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인터넷 여론의 경우 계약제로 바꾸면 많은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 진료를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하지만 핵심을 짚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창엽 원장은 계약제와 관련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고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인 현실에서, 비싼 진료비를 내고 비보험 의료기관을 이용할 환자는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아주 적은 수의 ‘경쟁력 있는’ 기관만 건강보험의 틀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택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건강보험을 벗어나는 기관은 매우 적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계약제로 전환할 경우 구체적인 정책과 여건에 따라 장점과 부작용이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례로 작은 도시에 안과가 한곳 있는데, 건강보험 환자는 보지 않겠다고 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으며, 또한,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집단적 힘을 발휘한다면, 건강보험 운영이나 진료비가 의료기관의 영향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창엽 원장은 “물론 부작용은 보완하면 되고, 계약제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이 어느 쪽이든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료 접근권 만큼은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자면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에다 사회적 관행과 규범에 이르기까지 점검할 것이 많다. ‘작은 생선을 삶듯(若烹小鮮)’ 정책을 다루어야 한다는 선인의 경구가 이만큼 절실한 곳이 없다”고 제도의 결정에 있어서의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