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포드대 의학사 교수인 마크 해리슨 박사(사진)는 “의사는 균형잡힌 인간, 기술자가 아닌 성숙한 인간으로 자신을 자각해야 하고, 이러한 것은 환자와의 관계설정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의학사 교육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유용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리슨 교수는 2일 가톨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개최된 인문사회의학연구소 개소 기념 심포지엄에서, 의학사 교육의 또다른 유용성으로 *전문가적 정체성 확립과 직업에 대한 충성도 제고 *과거를 통한 가치-윤리관 강화 및 실패사례를 통한 신중한 자세 확립 *과거를 통한 현재의 사고전환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의학사 교육의 역사적-분석적 관점’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크건 작건, 역사적 차원에서 규명되지 않는 의학적 문제는 없다”는 J. 튜더-하트의 말을 인용하며 의학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리슨 교수는 질병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는 의학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고찰해야 한다며,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할 때 가족력, 생활배경 등에 근거한 ‘내재된 바이러스’를 찾아 내는 데 역사학적인 기법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보건정책에 있어서는 과거의 성공, 혹은 실패 사례가 현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지어는 현재의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정책 입안자의 의중을 꿰뚫어 볼 능력을 갖는데, 의학사 교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옥스포드와 같은 성공적인 의과대학의 학생들에게 의학사가 중요하고도 인기있는 과목이라고 전하면서, 참가자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이 과목이 갖는 ‘재미’ 뿐 아니라, 자신이 의대나 동창회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전문가적인 측면에서의 정체성과 충성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개회사에서 최보문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연구소장은 “의과학적 접근만으로는 인식하기 어려운 복잡다양한 의료관련 사회적 현상을 효과적으로 교육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의학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며 인문사회의학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리스 교수 외에 옥스포드대 의료윤리 교수인 J. Savulescu 박사(수련의와 학생을 위한 의료윤리 프로그램)와 역시 옥스포드대 인류학 교수인 E. Hsu 박사(의료인류학은 의료전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가 기조강연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