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하게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응급환자라도 진료비 미수금 대불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지훈상)는 21일 자료를 내고 “일선 의료기관에서 불가피하게 신원확인을 마치지 못하고 응급환자를 진료한 경우라도 진료비 미수금 대불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규개정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급한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한 병원에 경제적 손실까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같은 주장은 최근 응급진료 후 병원에서 달아난 한 환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비 대불금 청구가 반송된 데 따른 것이다. 병협은 복지부에 대한 제도개선 요청과 별도로, 관련 내용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사법적 해석을 받는 절차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지난 1월 구타를 당해 두통 및 안구이상 증세로 부산 모 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진료를 받은 김 모 환자(여)가 무단 탈원한 데서 시작됐다. 병원은 수소문 끝에 해당 환자의 주거지를 찾았으나, 환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더욱이 20년전 이혼후 주민등록번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병원은 이 환자의 서명을 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상환금액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응급대불제도의 취지상 응급환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본적으로 확인되어야 하는데, 주민번호조차 없는 경우는 환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대불금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회신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복지부의 회신도 “환자신원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대불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병협은 이에 대한 법률자문에서는 “심평원이 제시하는 환자 주민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의 대불불가 사유로 들고 있는 응급환자의 실체불명, 허위청구 가능성 등은 모두 법령 운용상의 문제일 뿐으로 위 가능성을 들어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대불금 지급의무를 위해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불제도의 토대인 응급의료기금은, 응급환자에게 미수금 상당액을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미수금 채무를 응급기금이 ‘부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
병협은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제도에 대해 “응급실 진료중 도주, 무연고 사망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로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못박은 후, 법률자문을 바탕으로 병원에 부당하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