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 빠진 36살의 젊은 주부가 장기 기증이라는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고 영면에 들어 주위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세 아이의 자상한 엄마이자 한 남자의 사랑스러운 부인이었던 고(故) 오수연 씨. 고인은 남편 홍성업 씨(42)와 초등학교 4학년 지윤이, 2학년 지석이, 막내아들 지수(6) 등 아들 3형제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수연 씨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쳐온 것은 지난 1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함께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 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인은 중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응급 수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8일 자발호흡과 동공반사, 통증에 대한 반응이 모두 소실되면서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9일 뇌사판정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뇌사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남편 홍 씨와 가족은 너무도 어렵고 가슴 아픈 상황에서 숭고한 선택을 했다. 고인의 장기를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해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가족들은 뇌사판정 이전 오수연 씨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을 전해들은 순간부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홍성업 씨는 “세 장난꾸러기들을 남겨두고 떠난 아내를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 아프지만 엄마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며 “아이들이 엄마와의 이별을 슬프지만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별로 기억하길 원해서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씨는 또 “만성 질환으로 인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환자들이 아내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 오수연 씨는 간과 신장, 각막 질환 등 만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각각의 장기는 전북대병원을 비롯해서 서울, 충남 지역의 5명의 환자에게 각각 성공적으로 이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