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의 학술용역을 수임했던 일부 학자들이 공단에 납품한 용역보고서를 무단으로 단행본으로 발간해 저작권을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건보공단이 제출한 ‘2003~2007년 학술연구용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지난 2006년 신영전 교수가 책임자로서 김창엽 연구원 등과 함께 수임한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보건의료부분 개혁과제’의 용역보고서(용역비 2880만원)는 같은 해 신영전ㆍ김창엽 교수가 공동으로 엮은 ‘보건의료개혁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단행본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채 재발간됐다.
두 책자의 목차를 비교하면 △서론 2015년 보건의료개혁의 조건과 전망 △제1부 보건의료정채의 선진화와 개혁 △제2부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는 건강정책 등을 포함해 세부적으로 1~11장의 제목까지 전부 일치한다.
이와 관련 심재철 의원은 “공단은 저작권 도용 혐의를 사법당국에 고발해 진상을 밝혀야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국민의 혈세인 용역비를 회수조치 해 학계 일부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을 일벌백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단행본의 저자 중에는 앞서 납품된 용역 보고서의 연구자 명단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음이 확인됐다.
즉, 2006년 12월 단행본 저자 가운데 강길원, 박형근, 이진석 등은 2006년 5월 용역 연구자 명단에 없었던 인물이다.
심재철 의원은 “용역 보고서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단행본을 발간하면서 보고서 작성에 전혀 기여한바 없는 학자들이 지은이 명단에 올라와 있는 데 대해 학계 일각의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했음을 볼 수 있다”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납품된 보고서 간 표절…공단은 눈 뜬 장님인가?
이와함께 공단에 납품된 보고서 사이에도 내용 일부를 서로 표절한 사례가 발견됐다.
김철주 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가 2006년12월 납품한 ‘의료보장체계의 유형별 의료개혁 성취도 평가’ 보고서(용역비 1900만원)의 95ㆍ96쪽 ① 공공의료보장 19줄은, 김창엽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가 2005년7월 납품한 ‘미국의료보장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조사분석’의 167쪽 6줄과 179ㆍ180쪽 16줄을 인용표시 없이 표절한 것이다.
동일한 기관에서 발주해 납품한 용역보고서에서 표절행위 가 있었음에도 공단에서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공단이 불요불급한 용역을 남발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철주 교수가 수임한 2006년 용역은 당초 사업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채 임의로 발주된 용역이다.
심재철 의원은 “여타 용역보고서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자행됐음에도 공단 측이 미처 발견되지 못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공단 측은 연구용역을 둘러싼 표절과 저작권 도용 사건을 원점에서 재조사해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