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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실수, 논점은 ‘진료결과’ 아닌 태만-오판”

대법원 판사 의료실수 판례설명 “무리한 과실추정 제한”

의료실수와 관련한 실질적인 법적 논점은 진료결과가 아닌 환자의 증상에 대한 간과, 태만이나 명백한 오판 또는 의무기록 기재의 부실 등이 될 것이라는 법률 전문가의 견해가 제시됐다.

대법원 노태현 판사는 최근 대한가정의학회지 기고문 ‘의료실수와 법적 논점’을 통해 의료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설명했다. 노태현 판사는 기고문에서 대법원은 “의사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행위에 관해 대법원은 일관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노태현 판사는 “대법원은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의사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는 한 의료실수가 인정되지 않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하급심에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판례를 남용, 무리하게 의료실수를 추정하는 사례들이 문제가 됐으나, 대법원은 이를 제한하는 판단을 한바 있고, 특히 최근에는 수술의 전형적인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과실 추정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설시까지 나와 있다.

노태현 판사는 “이제 의료실수에 관해 과실의 추정 여부는 원칙적으로는 재판부 설득의 문제가 됐다고 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의료실수에 관한 중요한 법적 논점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간과, 태만이나 명백한 오판 또는 진료기록 작성상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자의 증상에 대한 간과, 태만이나 명백한 오판이 있는 경우 과실이 인정되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노태현 판사의 입장이다.

또한,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환자의 증상을 간과한 과실이 중한 결과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 것이라면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되게 된다. 다만 과실이 없어도 중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엔 책임비율이 감경될 수 있다.

노태현 판사는 “최근의 판례에 의하면 중한 결과와 의료실수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환자의 증상에 대한 간과 자체가 환자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위자료의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는 의무기록에 관해 강력한 증명력을 부여하고 있으나, 대신 의무기록상의 문제점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게 묻고 있다. 따라서 의무기록이 변조된 경우 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라 불이익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의무기록을 수정하면서 수정일시가 불분명하고 원래의 기재를 알아볼 수 없게 수정한 경우 ‘변조’와 마찬가지로 취급될 수도 있다.

아울러, 의무기록에 의료행위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 그 의료행위를 실제로 시행했다는 점을 입증해 내지 못하면 의무기록의 신빙성에 따라 그 의료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환자에게 발생한 중한 결과에 비추어 반드시 발견됐을 것으로 보이는 증상의 기재가 누락돼 있는 경우에는 의무기록의 신빙성이 배척될 수 있고, 그 경우 의무기록 변조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노태현 판사는 “의료실수를 과도하게 추정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수정ㆍ보완돼 민사소송 본연의 태도인 재판부 설득의 문제로 이행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다”면서, “따라서, 향후 의료실수와 관련, 실질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간과, 태만 등과 의무기록 기재의 부실 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