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시행되는 의사 실기시험 하나만으로 의학교육을 쇄신한다는 것은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일발적인 생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전체 3750명이 시험에 응시, 이중 3150명이 새내기 의사가 탄생했다.
그러나 이번 의사 국가시험에서 떨어진 600여명은 아쉽게도 재수를 해야만 한다. 문제는 2010년부터 치러지는 의사 국가시험에서 실기시험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의사 국가시험에서의 실기시험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수기 중심 문항이 6개, 진료 수행능력 문항 6개가 출제될 전망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기시험인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실기시험과 관련해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박훈기 교수는 한국의학교육 학회지를 통해 ‘의사국가고시에서 실기시험’이라는 주제의 글을 통해 의과대학 교육의 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훈기 교수는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도 이를 교육해야하는 교수도 현재로서는 매우 불안하다”면서, “불안한 이유는 현재 의학 교육에서 임상실습교육이 실기시험을 언제라도 볼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틀이 잡혀있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불안감을 대처하기 위한 방안은 교육의 형식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학생 교육에서 환자 중심, 문제 해결 중심의 술기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박훈기 교수는 “저학년에서는 모형을 통한 실습교육, 표준화 환자를 통한 의사소통, 진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임상 실습 교육에 들어가서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습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전에 공지된 의사 실기시험 임상 문제 공개항목만을 학습하는 것이 궁극적인 임상실습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공개된 수기 문항은 그 문항에 해당하는 술기를 실제로 많이 연습하고, 실제 환자에게 학생들이 직접 적용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진료 문항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 수험생은 임상 실습 교육에서 환자를 외래, 입원, 응급실의 상황에서 다양하게 경험을 해야하고, 직접 진료에 참여 할 수 있어야 한다.
박훈기 교수는 “의사소통술, 임상의학 입문, 신체 진찰 수기 교육, 임상수기 집중 교육 등의 형태로 임상 술기 원칙에 대한 교육을 임상 실습 전에 미리 받아야 한다”면서, “임상실습 교육과정에는 OSCE 혹은 CPX 시험의 평가가 주기적으로 있어야 하고 각각의 시험에 대해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교수의 임상실습 교육에 대한 태도와 열정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훈기 교수는 “교수들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이 교수에게 매력적인 업무가 되도록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업적평가나 교수 인센티브에 의학교육 항목이 추가 되고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임상실습 교육에 대한 다양한 교수 방법이 교수개발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역시 기존에 정해진 임상실습 시간에만 관심을 가지기보다 실제 환자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박교수는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박훈기 교수는 “의사 실기시험 하나만으로 의학교육을 쇄신한다는 것은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일방적인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시험 운영기관에서는 시험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유지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험의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험의 목표 설정이나 시험 운영에 있어 지속적으로 의과대학,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등 관련 학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