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을 거치는 순간 의약계의 부당ㆍ불합리도 면죄부로 작용, 보험료가 줄줄이 새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서비스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동조합은 2일, 성명서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건보공단 양대 노조가 비판하는 주요 내용은 본래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양대 노조는 “1개월 후면 설립 10년째가 되는 심평원은 마이더스의 손이 되어버렸다. 심평원만 거치면 의약계의 부당ㆍ불합리도 면제부가 주어진다”면서, “가늠도 할 수 없는 규모의 보험료가 줄줄이 새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보험재정 통제기전인 진료비심사, 약가사후관리, 약값재평가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기등재약목록정비 시범사업에서는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렸다는 것이다.
노조는 보험재정을 누수 시키는 모럴헤저드가 보험재정에 대한 책임 없이 수십조원의 보험료를 의약계에 배분하는 심평원과 허울뿐인 보험자인 공단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판단했다.
‘청구진료비 7년 동안 2배 증가, 삭감율은 급감’
지난해 병의원 등 요양기관이 진료비심사기관인 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진료비는 35조원, 진료건수는 11억 건을 넘었다.
요양기관이 청구한 진료비에 대한 삭감율(진료비 조정율)은 매년 하락해 2002년 1.4%에서 2008년에는 0.6%까지 급감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 비해 2008년 청구진료비와 진료건수는 각각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삭감액은 2100억원에 불과해 2002년의 2600억원보다도 적었다.
양대 노조는 “진료비 100건 청구시 0.6건만 삭감해 사실상 모든 진료비를 청구한 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요양기관별, 질병군별, 건당진료비별로 정해진 지표에서 벗어나면 청구 요양기관에 미리 메시지를 보내는 종합관리제에만 의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양대 노조는 최근 송재성이 한 의료계 학회에서 발언한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는 “송재성 심평원장은 한술 더 떠 ‘99.5%가 정당하고 타당한 의료계만큼 깨끗한 집단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장이 아니라 의료계 대변인으로 갔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설치비용도 안 되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역할’
건보공단 양대 노조는 진료비 조정율 뿐만 아니라 심평원의 의약품관리종합센터에도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대 노조는 “심평원이 담당하는 사후관리업무는 약제 실거래 내역을 현지 확인․조사해 그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보험급여비용에서 약제비가 10조원을 넘어섰지만, 사후관리로 2005년 130억원이었던 약제비절감액이 2008년에는 1/10인 13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심평원에 설치했다. 심평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 처참한 활용실적은 엄청난 보험재정누수와 공단의 재정압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공단 양대 노조의 주장이다.
양대 노조는 “일본의 경우 실거래가 조사로 2년마다 6~7%씩 인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 동안 겨우 4.4%만 낮췄을 뿐”이라면서 “이러한 약가인하효과 미흡에 대해 2008년 감사원도 심평원장에게 ‘의약품 실거래가 청구위반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의약품의 약가 인하에 반영하도록 현지조사사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대 노조는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요양급여 적정성평가라는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본연의 업무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10년 동안 팽창을 거듭, 그 결과 진료비와 약제비 등 보험재정과 직결된 모든 업무를 관장하며 ‘실질적인 보험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국민의 입장이 아닌 의약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심평원장의 언행은 그 단면이다. 현재의 심평원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없는 한, 보험재정절감과 보장성강화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기능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