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룔 4.9%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한데 대해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건강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전체회의를 열고 2010년 건강보험료와 병의원 수가인상을 결정했다.
건강보험료는 4.9% 인상하고 건강보험 공단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의협과 병협에 대해서는 각각 3.0%, 1.4%로 의결했다.
우선, 경실련은 이번에 결정된 4.9% 보험료 인상률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보험료 인상분에는 2010년 보장성 확대계획이 반영된 것이긴 하나 총 소요재정 6천5백억원 중 상당부분이 10월 시행으로 시기가 맞춰 있어 사실상 내년 1월 시행하는 보장성 확대 분은 고작 2천2백억원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이에 반해 보험료는 4.9%를 인상해 현재의 경제여건이나 서민들의 가중되는 경제적 고통을 감안할 때 국민들에게는 혜택도 없이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됐다”고 보험료 인상부분을 평가했다.
더욱이 경실련이 문제삼는 것은 보험료 인상에 따른 재정을 전망하면서 보험료 예상수입을 28조원으로 잡고도 이에 대한 담배부담금을 포함한 국고지원금을 5조원으로 책정한 부분이다.
즉, 법에서 정한 보험료 예상수입의 20%의 국고지원 비율을 방기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정부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경실련은 “정부가 매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을 준수하지 않아 미납액을 환금할 수 있는 사후정산제도의 법제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법에서 정한 정부의 재정책임을 기피하고 이를 국민의 부담으로만 떠넘긴 것으로 현 정부의 친 서민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실련은 정부가 현재 국회에 제출한 사후정산제도의 법제화를 통해서라도 이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
다만, 경실련은 이번 건정심 병,의원 수가인상 결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경실련이 이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병협과 의협이 내년도 약제비를 4,000억원 절감하는데 부속합의, 약제비 절감을 수가계약과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실련은 “유형별 수가 계약을 결렬시킨 것에 대해 재정운영위원회가 의원 2.7%, 병원 1.2%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건정심에 제안한 것보다 높은 수치”라며 “ 당연히 이뤄져야 할 약제비 절감을 이유로 패널티를 주어야 할 병협과 의협에 대해 수가를 인상한 것이어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로 귀결된 데에는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공단 재정위는 수가협상 초기부터 총액계약제와 수가계약의 연동을 주장해 왔다. 이는 급여비 지출 증가가 보험료 인상으로 나타나는 현재의 악순환구조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건강보험재정의 효율화를 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즉, 낭비유발적인 현행 체계를 총액계약제로 전환하는 지불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
경실련은 “올해 수가협상 과정에서 일부 공급자단체들이 진료비총액제와 수가계약 연동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의지부족으로 수가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며 복지부와 공단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번 결정이 약제비 절감과 수가계약의 연동이라는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수가협상에서 나쁜 선례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이번 건정심 결정이 내년 유형별 수가계약 구조를 위협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올해 수가계약을 통해 총액계약제 원년으로 삼고자 했던 문제의식을 구체화해 총액계약제의 적용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