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학부모 대부분 ‘키’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아이의 키 특히, 남자 아이의 키는 엄마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또래보다 작으면 부모들은 자신의 탓을 하거나 영양부족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아이의 키를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게 되고 심지어 정체불명의 건강보조식품과 영양제 그리고 1천만 원짜리 성장탕을 먹이고 운동을 시킨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학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속았다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
전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키는 당사자인 아이나 학부모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다. 대한성장의학회(회장 신재원)는 키에 관한한 학부모들의 의구심을 한 방에 날려줄 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이론과 치료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신재원 회장의 현대편한내과의원 진료실을 방문해 성장의학회 설립 목적과 활동사항, 앞으로의 학회목표 그리고 성장학(Auxology 성장과 노화)이란 무엇이고 저신장 아이의 키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등 ‘성장’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대한성장의학회의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성장학(Auxology 성장과 노화)을 처음으로 접하고 돌아와 뜻을 같이하는 10여명의 동료들과 2004년 ‘대한성장개원의연구회’로 출발했어요. 처음엔 자녀의 키에 민감한 학부모들에게 한의원이 고가의 성장탕을 남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제대로 된 성장학을 보급시켜야겠다는 마음에서 동료의사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연구를 했습니다.”
신재원 회장은 막상 성장학(Auxology 성장과 노화)을 연구하기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국내에 연구논문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학회창립을 통해 의사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연구회를 만들고 활동할 당시만해도 성장학(Auxology성장과 노화)이란 분야에 대해 의사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 분야에 의사가 아닌 체육과 출신의 비의료인들이 키 크는 비법 등 여러 가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론으로 학부모들을 현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시작한 연구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의사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2006년엔 정형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비뇨기과 등 다양한 과에서 가입을 해 정식으로 창립총회를 갖게 되었다.
대한성장의학회(KMAA-Korean Medical Academy Auxology)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었지만 창립 후 불과 3년 만에 33회의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회원수는 3천명(정회원 300명 포함)에 달한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학회를 통해 성장클리닉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국내 최초로 골연령 측정과 성장장애의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성장클리닉 전문의를 배출하는 등 많은 일을 해 왔다”면서 “우리나라만 의대에 성장학이 없는데 전문의 양성을 위해서라도 대학 커리큘럼으로 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9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제11차 세계성장의학회에 13명의 한국성장의학회회원들이 참가해 위상을 높이고 왔다. 내년에는 제12회 세계성장의학회가 열릴 예정인데 한국과 멕시코가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신 회장은 “하지만 현재 학회의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개최국 신청을 못하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현재는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1천만 원 성장탕 대신 제 때 성장클리닉 방문 필요”
한편, 대한성장의학회는 그동안 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아동 골밀도 발달표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성장발육곡선(남/녀), 성장판독서 등을 제작 배포해 자녀의 성장속도를 체크하고 치료받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일천해서 지원이 없다고 한다. 의사들 또한 성장의학회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회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성장클리닉 교육을 시키고 그 자리에 학부모들이 참석해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정해진 3시간이 부족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성장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의사교육 외에 신 회장이 성장의학회를 통해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국민을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 아동의 요골·척골 골밀도 측정치’를 최초로 발표하면서 성장학(Auxology)에 대한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사회학, 인류학, 환경, 유전, 영양학 등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주 다양하다”면서 “현재 도시와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가 서로 일관된 성장 진단이 가능하도록 아동성장종합건강진단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학회차원에서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또 “1977년에 설립된 세계성장의학회(회장 Dr. Gillio, Gili)가 현재 전세계 약 60여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학회로 성장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학회를 개최 할 만큼 회원들이 많아졌는데 그에 걸맞는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신 회장은 성장의학회를 통해 국내 의대에서 성장학을 배울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과 전국 아동들의 성장판 검사 및 저신장 아동들의 치료확대 그리고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세계성장의학회를 개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인터뷰 말미에 신재원 회장은 “지금까지 주위의 입소문이나 권유로 한의원의 성장클리닉과 성장탕에 의존했던 학부모들이 효과를 얻지 못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은 과학적인 골밀도측정과 영양상태 등을 정확히 측정한 후 성장호르몬 투여, 영양요법, 운동요법 같은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