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기기 등 한의사의 영상기기 이용을 금지해야할 합리적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와 의료계에 심한 충격과 함께 파문이 예상된다.
21일 서울행정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창석)는 K한방병원이 한의사가 방사선사로 하여금 CT기기로 촬영하도록 하고 이를 이용하여 방사선진단행위를 한 것은 의료인에게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행위라는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서초구보건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행위 제한법규의 존재여부와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행위가 한의학상 인정되는 의료행위인지의 여부 등에 대해 처분의 적법성 여부의 소결을 통해 “한의사의 방사선사를 통한 CT기기 사용이 면허받은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한 이 사건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인 한방병원에 의료법 관계조항에 해당하는 처분사유가 존재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행위 제한법규의 존재여부에 대해 "의료법은 의사나 한의사 면허의 범위와 관련해 의료행위 또는 한방의료행위의 내용이나 특정한 의료행위의 허용 또는 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다른 법령을 보더라도 CT기기를 사용한 방사선 진단행위를 특정해 따로 면허제도가 없으며, 한의사에 대해 CT기기의 사용이나 이를 통한 진단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행위가 한의학상 인정되는 의료행위인지의 여부에 대해 “의료법 제12조 제1항에 의하면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 등 의료기술의 시행에 대해 법령에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에 간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한의사가 환자의 진단을 위해 CT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 면허에서 면허받은 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결국 그 CT기기의 사용을 통한 진찰행위가 한방 의료행위, 즉 한방의학상 인정되는 의료행위인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CT의 용도나 사용목적에 비춰볼 때 한의사가 환자의 용태를 보다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망진의 수단에 해당되며, 이를 한의학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편 재판부는 방사선사를 통한 CT기기 촬영이 한의사 면허외의 의료행위인지 여부에 대해 “의료기사는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 진료 또는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할 수 없으므로 만일 방사선사가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 CT기기를 촬영했다면 이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법률에 위반한 것에 해당돼 방사선사의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법률은 의료기사 등의 자격ㆍ면허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이므로 의료기사 등에 국한될 뿐이라고 밝히고 “이 규정이 있다고 하여 한의사의 방사선사에 대한 CT촬영 지시가 금지된다고 볼 수 없고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 방사선사가 CT기기로 촬영하는 의료행위가 위 조항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방사선사일뿐 한의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처분 사유는 의료인에게 면허받은 이외 의료행위를 했다는 데 있고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기사를 의료인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므로 위 처분사유에서 의료인은 한의사를 말할 뿐 방사선사를 말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 K한방병원에 대한 서초구보건소의 행정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진승준기자 (sjchin@medifonews.com)
200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