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의약품 강제실시에 대해 특허법상 논점, 공익과 사익간의 갈등, 실효성 등 논쟁의 자리가 마련된다.
한양대 지적재산권법학회는 16일 오후 6시부터 한양대법대 제2법학관 모의법정에서 ‘2010 지적재산권법학회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한국에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게 되면서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공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그 방책으로 제시된 의약품 강제실시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학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점검하고 심도있는 토론을 펼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신종플루가 11월말에는 환자수가 6만명이 넘는 등 국가적인 위험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
11월초 제약사인 로슈의 ‘타미플루’ 비축량은 350만명분이었고, 민주당 곽정숙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85만명분에 불과하다는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진보정당 측에서는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을 대비해 타미플루에 대해 ‘강제실시’를 발동해줄것을 요청했다. 이는 강제실시가 시행될 경우, 국내에 400만명분의 타미플루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
이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특허법상 강제실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의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현 특허법이 정부에 의한 강제실시(10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를 ‘국방, 공중보건, 환경 보호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상업적’으로 개정하는 것이었다.
또한 특허 조사를 미리 하지 않고서도 정부 사용의 신속한 실시를 가능하도록 했으며 정부에 의한 강제실시 결정이 이뤄진 즉시 약품 생산을 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 신종플루는 11월을 정점으로 환자수가 급속히 감소해 실제로 강제실시권이 발동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법률개정안이 통과된 사실과 당시 많은 특허법 학자들과 의약품 시민단체에서 타미플루 공급의 해결책으로 ‘강제실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현행 특허법 106조에서는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는 상황을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나갈지 아니면 TRIPs 제31조가 규정하는 ‘국가 비상사태 또는 극도의 긴급상황’에 맞춰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된다.
또한 2003년 글리벡 사건 및 2008년 푸제온 사건에서 특허청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이라는 공익은 크게 부각하지 않고, 동 사안이 긴급성이 없음을 강제실시 기각의 사유로 내세웠었다.
WTO나 TRIPs의 경우, 긴급성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실시에 필수적인 판단 요소가 아니라는 입장인데 과연 ‘긴급성’이 공익의 판단 요소가 될 수가 있는지의 여부도 따져본다.
지재권법학회는 특허법 제 107조의 규정에서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특허권자와 사전 협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 요건을 개정해 좀 더 신속한 실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강제실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최빈개도국의 복제의약품 제조 가능 여부와 ‘의약품 공급’ 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을지, 단지 약가 협상 위협의 수단만으로 강제실시가 이용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높다.
AIDS 혹은 백혈병과 같은 근절되지 않는 질병의 경우, 강제실시의 종기를 명확히 하지 않는 경우 권리자의 권리의 침해가 방대할 것이며, 권리자에 대한 보상액에 대한 책정 정도가 적어 강제 실시의 기간과 보상에 대한 일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제실시를 찬성하는 입장은 의약품은 일반상품으로 볼수 없으며 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반대입장에서는 강제실시를 통한 특허권의 제한은 이윤추구가 목적인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의지를 저하시키고 국가의 권리침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측에서는 사실상 의약품 접근성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약값이 아니라 의약품의 보급 문제라는 지적이며, 강제 실시후 실질적인 약값 하락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TRIPs협정은 그 완성 과정에서 미국 등 강대국들의 입김이 많이 적용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 및 최빈개도국에서는 ‘의약품’이란 것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발이 심했었다.
그 결과 본 협정의 제31조의 강제실시 역시 특허권에 제한을 두는 유연성 조항이 아니라 규정은 해두되 발동 요건을 어렵게 만들어 실제적으로는 강제실시 시행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안으로는 참조가격제의 활용과 강제실시권 사용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이 제시되고 있다.
참조가격제란 같은 약효를 가진 의약품군에 대하여 일정 수준까지만 약값을 의료보험에서 보상하고 이를 넘는 고가약은 차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함께 정부차원에서 비상시에 바로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같은 연구는 수익성이 낮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