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일원화제도가 폐지되면 제약사와 도매상간 경쟁, 영세도매상 및 품목도매 난립 등 가격경쟁, 리베이트 심화로 유통질서 문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 양승조 의원(민주당)은 오는 12월 의약품 유통일원화 일몰제가 폐지되는 것에 대해 빠른 시일내 신중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통일원화제도는 종합병원에서는 반드시 의약품도매상이 의약품을 공급하도록 규정한 제도로, 유통과 제약의 역할을 분리하고 의약품유통 선진화와 물류비 절감을 통한 약가인하를 도모하기 위해 1994년부터 시행됐다.
유통일원화로 국내 제약산업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청렴위원회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거래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과 영세 도매상의 난립으로 보건복지부는 유통일원화 일몰제를 추진해 2010년 12월 31일 폐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유통일원화제도 폐지시 제약산업이 후퇴할 것이고 도매업체 대형화를 위해서 법안 폐지를 반대하고 있고, 대한병원협회는 영세 도매업체들의 난립과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의약품유통일원화제도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유통일원화 연장에 찬성하면서도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양승조 의원은 의약품 도매유통시장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해 우선 도매업 규모의 영세성과 양극화를 지적했다.
의약분업화, 의약품도매업소 시설면적기준 폐지 이후 시장진입이 완전 자유화됐고 이 후 도매업체수는 꾸준히 늘어 2000년 518개소에서 2009년 1328개소로 증가했다.
취급의약품이 몇가지 안 되는 100억 미만의 매출규모의 도매상의 점유율을 보면, 2001년 업체수 기준으로 88.9%를 보이던 것이 2006년에는 91.0%로 기록됐고 이후 조금 감소해 2008년 기준으로 90.6%의 점유를 보이고 있다.
대형 도매상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주요선진국의 상위 3개사가 의약품 도매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보면, 미국 94%, 일본 62%, 유럽연합 평균 16%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7.8%에 불과해 대형 유통업체의 출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매 유통마진은 2000년 9.4%에서 갈수록 감소해 2008년에는 7.5%까지 떨어졌고, 현재 도매유통업계의 평균 매출액 순이익률이 1%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도매업체가 경영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도가 조사한 의약품 유통 현지조사결과 여전히 리베이트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00여개 제약기업 및 의약품 도매업체가 각각 의료기관 및 약국과 직접 거래함에 따라 유통시설의 영세성 및 전근대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업무의 비효율성으로 유통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작업 형태의 낙후된 거래 및 재고관리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며(전화, 팩스, 방문 등), 전자상거래 등 다량․공동 구입방식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양승조 의원은 의약품 유통일원화 제도가 국내 의약품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국내 의약품 유통 체계를 효율적인 선진국 형태로 유도 접근케했다고 설명하고,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의 지출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1993년 제조업 판매관리비 비율은 11.62%인데 비해 제약업의 판매관리비 비율은 32.4%로 약 3배 가까이 되어 제약업의 판매관리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출 위주의 직거래 영업(유통)에서 비롯한 것.
제약업계는 유통일원화제도 시행 이후 연구개발비 투자를 통해 제도 시행 직전인 1993년 0.2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 비율이 1999년 0.93%가 되어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양승조 의원은 “유통일원화제도는 국내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에 도매 대형화, 선진화 투자를 유인하는 동기를 제공해줌으로써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우수 도매업체가 다수 육성돼 거대 다국적 외자유통업체와 대응하면서 도매유통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되찾아 가는데 결정적인 지원책이 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1994년 이전에 전무했던 연매출규모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도매 유통업체가 2001년까지 6개 사, 2005년까지 17개사, 2008년까지는 29개사, 2009년 36개사로 급격히 증가되고 있으며, 물류시설도 노동집약적인 수작업 시설에서 자본집약적인 자동화 시설로 변경되고 있다.
양 의원은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다면 국내 의약품산업의 후진적 상태로 회귀할 것”이라며 “종합병원은 원가마진율 평균 7.5% 범위 내에서 경영해야할 가난한 도매업체보다 평균 48.4%로 원가마진율이 높은 제약업체를 거래 대상자로 선택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직 의약품산업이 선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본래의 입법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국내 의약품산업이 문제점이 많았던 1994년 이전의 후진적인 상태로 회귀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승조 의원은 의약업계의 거래 부조리로 인해 약가 상승을 야기하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2000년이 지나면서 종합병원 유통일원화 제도 도입에 대한 본래의 취지 및 준법의지가 퇴색되어 보건당국의 제도이행 감시업무의 느슨해지는 경향에 따라 이에 편승한 제약업계와 요양기관 간에 직거래가 다시 확산(2004년 직거래 비중 43.9%→2008년 51.6%)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거래 금지규정이 아직까지 엄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부조리 문제가 발생했는데, 2011년 1월부터 종합병원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다면 제약회사들과 종합병원 간의 음성적인 불법 리베이트가 크게 성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양 의원은 “리베이트 등으로 인한 약가비 상승은 국민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해 당사자들이 직거래를 통해 이익증대에 나설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시장에는 고가 의약품만 남는 부작용이 발생해 국민 의료보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내다했다.
이와함께 “의약품 도매상의 거래량 감소로 인한 경영 압박 및 시설투자 제한 등으로 유통발전이 저해되고, 도매유통업계는 종합병원시장의 60~70%, 금액으로 약 1조8천억 원 이상의 시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