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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잠자던 의료채권법 부활신호탄 올리나?

복지부 보건의료정책 어디로 가나<3탄>

안정적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에게 의료채권 발행을 허용해 숨통을 터주도록 하는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 2년째 국회에 표류되고 있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수면위로 끌어낼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채권법’은 지난 2008년 복지부의 정부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복지부는 올해 2월 중점추진법안으로 ‘의료채권법’을 선정하고 국회 통과에 주력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 법은 소위 의료민영화법이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고 이로 인한 거센 저항이 타올라 장기체류중으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의료채권법 도입 이유는?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의료기관의 자금조달 수단은 제한적이다.
신규장비도입·시설 개선, 규모확대를 위한 병원인수 등 장기적인 자금조달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현행 제도내에서는 자본 조달을 자기자본과 금융기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운영 자본 조달 및 신규 시설 투자 등에 어려움 발생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하면 의료기관 타인자본 의존도(2007년)는 62.3%로 제조업 49.5%, 정보산업 44.2% 보다 높아 의료기관의 전체 자산중 자기자본은 40%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기관의 금융기관 차입 중 단기차입금 비중은 2001년 33.8% → 2003년 36.9% → 2007년 37.4% 로 지속적으로 확대돼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단기차입 위주의 자금조달 구조는 장기적인 자금계획을 어렵게 하고 유동성위기에 취약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장기적 수익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단기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 중장기적인 신규자금 수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 것.

이에 복지부는 의료채권법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채권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과제로 비영리법인 의료채권 발행 허용을 꼽은 바 있다.

의료채권 발행을 통해 비영리 병원의 자금 유동성 위기를 조기극복하고 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물론 회계 투명성 제고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의료채권법 주요내용은
=의료채권법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의료법인,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이 투자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장기·저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발행한도는 상법과 동일하게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의 4배까지 허용했고 의료기관 개설, 의료장비·의료시설의 확충, 의료인과 직원의 임금, 의학에 관한 조사·연구, 노인복지의료시설 등에만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2007년 의료기관을 운영중인 4개 비영리법인의 모의 신용평가를 실시했다.
서울 및 지방의 200~700병상을 운영중인 4개 비영리법인에 대한 재무상태, 영업분석 등을 평가한 결과 3개 비영리법인이 투자적격인 BBB 등급 이상으로 채권발행이 가능했다.

모의신용평가 대상 선정시 최고수준의 경쟁력이 있다고 알려진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은 제외함에 따라 상당수 법인이 의료채권 발행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근거로 뒷받침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채권 발행을 통해 △비영리 병원의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저리로 조달해 경영안정에 기여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되고 기업회계 기준이 적용되므로 경영이 투명해지는 사회적 편익 발생 △비영리 병원이 적시에 장비·시설을 확충할 경우 지역주민에게 고품질 진료서비스 제공 가능 등을 기대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의료채권법=의료민영화?, 쟁점사항은
=복지부가 올해 초까지 의료채권법 도입을 적극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국민적 공감대와 설득력 부재가 이유라 하겠다.

즉 의료민영화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주요쟁점사항을 짚어보면 신용도가 높은 대형병원은 유리하나 지역 중소병원 등은 인지도가 낮아 의료채권 발행이 힘들어 의료기관의 양극화(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의료기관의 수익추구 행위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의료기관이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하려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수익성 있는 항목을 위주로 진료하고 불필요한 진료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한 의료기관이 부실화되는 경우 채권단이 병원경영에 간섭해 의료기관의 경영지배구조가 수익성을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의료기관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 환자를 유치하기 용이한 도시지역으로 집중돼 지역간 의료불균형은 물론 병원의 거대화·프랜차이즈화가 가속화 돼 중소병원 및 영세 개원가의 피해가 커져 1차의료기관을 잠식하고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이다.

결국 의료기관이 의료채권을 발행해 시설·장비에 투자함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은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으로 전가되고 의료서비스를 상품으로 전락시켜 의료양극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제약회사 등이 리베이트의 수단으로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채권을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는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정여부는 의료채권 도입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의료채권법 논의 불투명…야당측 절대반대
=의료채권법에 대한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민영화저지 및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2009년 7월~2010년 3월까지 전국 30만 명 국민의 서명을 받은 의료채권법 등 ‘의료민영화 입법 저지에 관한 국민청원’이 제출돼 있다.

더욱이 최근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 4당은 범국본과 뜻을 해 의료채권법의 입법 저지를 천명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민영화 관련 법안 중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을 제외하고 의료채권법 등은 이미 탄력을 잃은 상태”라며 “복지부에서도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의 입법추진에 주력하고 있고 야당측에서 절대반대를 부르짖고 있는 현시점에서 의료채권법은 당분간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도 “의료채권법은 이미 예전에 물 건너갔다”며 “현재 복지부에서 복지위 법안심의안건으로 의료채권법을 요구한 바 없고 원격진료 허용을 담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심의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도입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의료채권법에 대한 추진은 후퇴한 바 없다. 정책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이번 국회에서는 우선순위를 건강관리서비스 등에 둔 것 뿐”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지난 8월30일 취임한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의료민영화 관련법과 관련해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의료서비스 선진화 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소위 의료민영화라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을 포기한다는 의미지만 의료서비스 선진화 정책은 건강보험체계와 같은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공공성 확보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추진 중이라는 것.

진장관은 이중에서도 건강관리서비스법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은 의료민영화법이 아니라며 누누이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히고 이와 쾌를 같이 해 입법화를 적극 꾀하고 있어 현재 의료채권법은 그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는 국회에 민감한 보건의료제도를 성급히 여러 가지 올려 논쟁만 확산시켜 좌초되기 보다는 한 부문에 집중해 돌파하자는 관행적인 성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장관이 향후 의료채권법에 눈을 돌리게 되더라도 사실상 중소병원의 지원방안이 될 수 없는 비현실적 방안이라는 점과 비영리병원의 영리적 의료행위 증가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라는 우려를 말끔히 해소치 않으면 의료민영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임이 자명함에 따라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