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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병원 가는 길 멀기만 했는데 이렇게 찾아줘서 고마워요”

강동경희대병원, 울주군 무료의료봉사


의료시설과 교통의 발달로 병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이곳의 문턱이 높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젋은이들이 도회지로 떠난 적막한 농촌마을을 지키는 우리네 어르신들이 바로 그렇다.

아프면 아픈대로, 참아지면 참아지는대로, 제대로 된 진료 한번 받지 못하고 민간요법이나 진통제 하나에 의존한 채 만성적인 관절염과 허리통증, 천식, 백내장 등의 노인성 질환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어르신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기 위해 115명의 날개없는 천사들이 나섰다.

강동경희대병원(원장 허주엽) 관절·류마티스센터의 유명철 석좌교수를 필두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이 그들이다.

정형외과, 내과, 치과, 한방내과를 포함한 13개 진료과 65명의 의료진과 5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강동경희대병원 의료봉사단은 지난 4일 롯데삼동복지재단, 울산광역시 울주군청, 울주군 보건소와 함께 울주군내 거주하는 65세 노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의료봉사단이 찾은 울주군은 울산광역시 서남부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인구는 20만명의 중소도시이다. 이 중 노인인구는 약 2만명에 달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병·의원 등 편의시설이 밀접하지 않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의료봉사단의 방문이 더욱 뜻 깊다.


◆주먹구구식 의료봉사는 가라! 준비부터 진료까지 철저히




진료대상이 된 노인들은 울주군 지역 내 만성퇴행성 관절염 환자, 척추환자, 피부·알레르기 질환·치과 환자, 특수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다.

때문에 의료봉사단은 서울의 강동경희대병원을 축소해 울주군 보건소로 그대로 옳겨놓은 듯한 진료시스템을 갖춰 현장을 찾은 노인들에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이러한 편의제공을 위해 강동경희대병원의 의료봉사는 그 준비부터 남달랐다. 진료전날인 3일, 서울에서 버스로 장장 5시간을 달려 울주군에 도착한 봉사단은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건소로 집결, 진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가져온 각종 집기들로 교수진의 진료실을 평소와 흡사하게 꾸몄고, 환자들이 기다릴 수 있는 대기 공간도 마련했다. 의약품과 주사제 역시 이 지역 노인환자들의 주요 질환에 대해 파악한 사전정보를 토대로 원활한 처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구비했다.

또 보다 확실한 진단과, 환자들의 정확한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대동한 검사장비도 보건소내 강당으로 옮겨졌다. 1·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 진료실 이동에 차질이 없도록 안내표지판을 부착하고, 다시 한번 화살표로 표시해, 길을 안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관절류마티스센터 박원숙 실장은 “사전에 준비를 해야 당일 많은 환자들이 찾아도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고 편리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진료실과 비품 및 기기등을 정비한다”고 설명했다.




◆진료현장 찾은 울주군 어르신들 사연도 가지가지

4일 오전 7시 50분부터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9시 30분이 조금 넘었을 즈음에는 이미 진료 대기 환자가 100명을 훌쩍 넘겼다. 도시보다 이른 아침을 여는 농촌지역의 특성 상 오전에 환자들이 몰리는 경향도 있지만 좀 더 빨리 진료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바람이 매우 컸다.

이날 제일 먼저 진료실을 찾은 신복란(81)· 김경선(80) 할머니는 “어지럼증과 허리에 통증이 심해 진료를 받고 싶어 아침 수저를 내려놓자 말자 달려왔다”면서 “그동안 병원에 다녀도 큰 차도가 없었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직접 내려와 봐준다고 하니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봉사단을 찾은 환자들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복통을 호소하며 이날 진료현장을 찾은 방귀분(84세)할머니. 방 할머니는 속이 아픈 증상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에만 의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의료봉사단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동네 이장이 방 할머니의 진료를 신청했고, 할머니는 제대로 된 처치를 받을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내시경을 해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와 안타깝게도 당장의 처방은 받지 못하고, 인근 병원으로 전원됐다.

그렇지만 방 할머니는 “서울에서 온 의사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며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다.



봉사단의 수장 유명철 교수의 진료실에도 특별한 사연을 가진 환자가 방문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73세의 강정수 할머니이다. 강 할머니는 오랜 세월 관절염으로 고생하며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없는 형편에 수백여만원을 들여 수술까지 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날 유명철 교수의 봉사단을 찾았다.

유 교수는 강 할머니에게 약물이 아닌 운동처방이 내졌다. 재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고, 평소의 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직접적인 동작을 곁들인 유 교수의 자세한 설명에 강 할머니의 근심어린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유 교수는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일 수록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약물에서 치료의 해법을 찾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 3의 의료봉사자 울주군주부자원봉사단 활약도 대단



이날 진료현장에서는 제3의 의료봉사자 울주군주부자원봉사단의 활약도 대단했다. 약 50여명의 인원으로 구성, 현장에 투입된 봉사단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울주군주부자원봉사단 관계자는 “강동경희대병원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힘들지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의료 취약지 농촌환자들에 지원 아끼지 말아야


한편, 울주군 신장열 군수와 이한모 보건소장 등이 이날 진료현장을 방문, 의료봉사단 관계자 등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의료봉사단 유명철 교수와 만나 농촌지역 의료시스템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명철 교수는 “진료를 받은 이들의 대부분이 노인들 인데 가정형편상, 지리상의 이유로 아파도 참고만 지내고 있었다”면서 “이들에게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한 “이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여러 직책을 가진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장열 군수는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예전보다 지위가 높아졌지만 아직도 소외된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이를 고려해 각자의 위치에서 도울수 방안을 강구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의료봉사에서 총 지원을 맡은 롯데삼동재단역시 이에 동조의 뜻을 밝혔다.

롯데삼동재단 관계자는 “어려운 노인에게 도움을 위해 만들어진 재단인 만큼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