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주목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명과학의 ‘펙티브’ 이후 FDA 승인을 획득한 신약이 없으며, 국내 신약 중에서도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되는 신약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우증권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 개발의 장벽이 높고 국내 기업의 성과가 미진함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 글로벌 신약에 제약사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막연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아닌 정확한 시장 분석에 기반한 신약 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글로벌 개량신약이나 틈새 시장을 노린 신약 등은 국내 기업이 접근 가능한 분야로 평가된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 신약도 일반 합성신약과 유사하게 개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적합한 분야가 될 전망이다.
또한 신약 개발은 자체적으로 실패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만 글로벌 임상, 인허가 및 마케팅 역량을 지닌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함을 통해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지난 20년 경험은 국내 기업에게도 적절한 글로벌 파트너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게 해줬기 때문에 앞으로의 신약 개발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이 주목되는 국산 글로벌 신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합성신약
①한미약품 팬허 저해제(Pan-Her Inhibitor)
한미약품은 폐암, 유방암, 위암 등 다양한 암에 사용 가능한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팬허 저해제로 명명된 HM781-36B는 암세표 표지인자인 Her1, Her2, Her4 등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2011년 상반기에 해외 임상 2상 진입 및 글로벌 라이센싱 계약이 예상된다.
팬허 저해제가 우선 목표로 하는 적응증은 비소세포성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이다. 현재 로슈의 타세바가 대표 치료제인데, 최근 투여 후 1년 안에 64%의 환자에서 확인되는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Pan-Her 저해제는 타세바 내성 환자에 효과가 있고, 타세바 처방 환자, 일반 폐암(타세바 비처방) 환자에까지 효능이 기대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②동아제약 슈퍼박테리아 항생제(DA-7218)
DA-7218은 동아제약이 개발한 그람양성균 및 슈퍼박테리아 MRSA에 효능이 있는 항생제다.
미국 트라이어스(Trius Therapeutics)사가 파트너로 개발 중이며, 현재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의 자이복스(Zyvox)가 1일 2회 주사를 10-14일 맞아야 하는데 반해, DA-7218은 경구용으로 5-7일 복용하면 효능이 나타나기 때문에 임상 3상에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③한미약품 에소메졸
에소메졸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대표 제품인 넥시움의 염변경형 개량신약(New salt IMD of Nexium)이다.
나트륨을 사용하는 넥시움과 달리 스트론튬(Strontium)을 이용했다. 1년 넘는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지난 10월에 미국 신약 승인을 접수했다.
약효에서는 넥시움과 동일하지만, 물에 대한 용해도가 높고, 안정성이 넥시움 보다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적응증은 역류성 식도염과 위궤양이 될 전망이다.
향후 일정은 2011년 3분기 신약 승인 획득 후 미국 시장에 발매될 예정이며 미국 내 에소메졸 판매 파트너가 선정되면 2012년부터 한미약품에 본격적인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④SK케미칼 SID-530(항암제)
SID-530은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아벤티스가 판매 중인 탁소텔(Taxotere)의 제형 개선 개량신약이다.
탁소텔은 폐암, 유방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에 사용되는 항암제로 2009년 매출 규모가 3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품목이다.
SK케미칼은 2008년 12월에 유럽의 다국적 제약사에 SID-530의 유럽 개발 및 판권에 대한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유럽 EMA에 신약 승인 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승인시 SID-530은 동사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단백질신약
①한미약품 랩스엑센딘(LAPS-Exendin)
랩스엑센딘은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속성 당뇨병 치료제이다.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하면 적용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연장해줌과 동시에 높은 생리활성도 유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 즉, 적은 용량으로 주사를 덜 맞아도 되는 단백질 신약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단배질 의약품에 적용하면 체내 생체정화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회피시켜주고, FcRn 재활용 시스템 활용도 가능해서 반감기 연장과 함께 높은 생리활성도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8개의 바이오베터 신약을 개발 중이다. 그 중 랩스 엑센딘은 개발 단계가 유럽 2상으로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글로벌 라이센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가장 크다.
랩스 엑센딘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 최초의 월 1회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주력 중이고, 기존 2세대 기술보다 생리활성도가 높아 낮은 용량으로도 효능을 볼 수 있다.
렙스 엑센딘이 속한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가 최근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분기에 유럽 임상 2상 최종 결과가 예상된다.
②SK케미칼 NBP-601
NBP-601은 SK케미칼이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로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한 단백질신약이다. 혈우병 치료제는 전세계 시장 규모가 6.5조원으로 재조합 형태 시장에서는 박스터(Baxter)가 20억달러 매출을 기록 중이다.
SK케미칼의 NBP-601은 기존 경쟁제품 대비 수율이 높아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무혈청 배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우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NBP-601은 2010년 상반기까지 기술이전이 마무리됐다. 2011년부터는 CSL사 주관의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CSL사는 이미 혈우병 치료제의 글로벌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임상에 진입하면 NBP-601의 개발 과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