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시장을 향한 국내 의료기관들의 진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베트남과 중국 등 동남아를 비롯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도 진출을 서두르는 의료기관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에 최근 한국 종합병원이 문을 열었다. 경남 진주에 본원을 둔 가야자모병원은 29일 베트남 경제수도 호치민(옛 사이공)시에 산부인과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인 가야벳한병원을 개원했다.
가야자모병원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정부에 100% 외국인 투자승인을 요청한 뒤 9개월여만에 병원을 개원했으며, 교민들을 포함한 외국인 거주민들과 중산층 이상의 현지인들이 주 진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가야벳한병원은 유일한 한국 종합병원으로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베트남 의료시장에서 빠른 시일에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부산성모안과병원은 베트남 투자계획부(MPI)의 투자 상담과 심의를 거쳐 공식적인 허가를 취득, 지난해 2월에 국내자본 100%을 투자한 현지법인인 ‘베트남-한국안과병원’을 설립했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의 신흥번화가인 10군(群)의 차이나타운 인근에 설립된 베트남 최초의 안과전문병원인 ‘베-한안과병원’은 부산성모안과병원이 동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건설됐다.
백내장, 라식, ICL수술 등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이 병원은 베트남에서는 유일하게 각막이식수술을 시행해 관심을 모으는 등 베트남 현지 병원으로 무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은 국내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이다. 중국 의료시장이 국제화, 시장 경제화, 의료자본의 다양화 등의 변신을 꾀하면서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과 서비스를 인정하고 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하여 의료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의료기관의 진출이 활발하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가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 베이징에 ‘베이징 아나클리 에스테틱’을 개원했다.
연면적에서 세계 최대 규모 쇼핑몰인 진위안 쇼핑몰 내 옌사백화점 1층에 입점한 이 병원은 200여평 규모를 자랑하며 중국인들도 원스톱으로 한국의 피부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국내 피부과 병원 고운세상과 BK성형외과, 평촌 예치과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중국 루이징병원과 합작한 ‘한국 뷰티―차이나 메디컬센터’의 문을 상하이에 열었다.
불임치료 전문병원인 마리아병원은 2003년 중국 진출해 선양에 1호점을 낸 데 있어 올해 4월 베이징에 2호점을 여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리아병원이 선양 마리아병원의 경우 중국 선양에 소재한 동방의료재단과, 베이징 마리아병원의 경우 중국 최대병원으로 손꼽히는 베이징군구총병원과 합작해 중국내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또한 국내에서 얻은 시험관 아이 시술에 대한 의료기술을 중국에서도 펼쳐, 중국내 임신성공률을 당초 20% 수준에서 35%로 끌어올렸다.
중국에서 또 하나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곳은 2004년 3월 베이징 자오양구에 문을 연 SK아이캉병원이다.
SK아이캉병원은 국내 최초로 중국측의 정식허가를 받아 문을 연 한중 합작병원 1호 병원으로, 개원 1주년만에 진료횟수 2만건, 중국 고소득층 5천여명을 회원으로 확보해 화제가 됐다.
이 병원에는 SK그룹과 비롯해 예치과, 탑성형외과, 새빛안과, 초이스피부과, 유니온이비인후과 등의 국내 병원이 참여했다.
이중 예치과의 행보가 가장 주목된다. SK아이캉병원의 성공에 힘입어 예치과는 오는 10월까지 중국에 직영과 프랜차이즈 병원을 동시에 개원한다.
이를 위해 예치과의 지주회사인 메디파트너는 지난해 가을 홍콩 상장사인 CHC(China HealthCare Holdings)와 중국 대도시에 2년 내에 10개의 ‘예메디컬센터(Ye Medical Center)’를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예치과는 상하이에 드럼성형외과, 한라병원과 손잡고 직영형태의 ‘예메디칼센터’를 개원하고, 국내처럼 프렌차이즈 형태인 ‘예네트워크’도 푸동지역에 개원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9월에는 서울 한라병원과 함께 베트남 호치민시에 직영점인 치과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싱가포르와 미국에도 프랜차이즈 형태로 개원할 예정이며, 임상능력에 비해 경영이 뒤떨어진 일본에서도 ‘예치과’ 브랜드를 쓰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일본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한 아직 의료시장이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의료시장 선점효과를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금년내에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차병원은 지난해 11월 8000만달러를 투입, 미국 2대 병원그룹인 테닛그룹이 소유한 병실 450개를 갖춘 대형 메디컬센터인 ‘LA할리우드 장로병원’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자본의 첫 해외 대형 병원 인수로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 장로병원은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개원 후 100일 만에 200만달러 흑자를 냈으며, 차병원의 장점인 불임치료센터 등에는 교포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차병원은 미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앞으로 세계 30여곳에 병원을 개원하고, 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인수한 주체인 차바이오텍을 통해 미국에서도 추가로 병원을 인수해 차바이오텍을 미국 증권 거래소에 상장 시킬 계획이다.
한편 정부차원에서도 지원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7월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센터는 신 의료시장 개척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국내 의료기관들의 전략적인 해외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지원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서비스산업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체계를 구축키로 하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도 가속화 되고 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