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의약외품 브랜드의 슈퍼판매가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실상 해당 업체들은 곤혹스러운 눈치다.
편의점 등을 포함한 소매유통로를 확보하자니 약사회를 비롯한 약계가 걸리고, 잠궈두자니 시민단체를 포함한 여론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인 것.
정부는 오는 8월, 본격적으로 슈퍼판매를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당시 나올 품목에 대해서는 제약사간 눈치싸움이 치열할뿐더러 먼저 나서서 시장을 푸는 ‘리더’가 누가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번 슈퍼판매의 대표주자가 된 ‘박카스(동아제약)’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가장 큰 수혜를 입을 품목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실상 동아제약 측은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동아제약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발표 다음날인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약국판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전해지면서 슈퍼판매 실효성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지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동아제약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당일 회의를 통해 일본 사례 분석 등 슈퍼판매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를 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동아제약 측에서는 슈퍼판매로 인해 자칫 그간 쌓아온 약사들과의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데 우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잘못하면 50년을 쌓아온 박카스의 성과를 한 번에 무너뜨릴 만큼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어느 쪽의 눈치를 본다기 보다 첫 사례인 만큼 제대로 결정지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반면 슈퍼판매가 허용된 품목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품목 중 하나인 ‘마데카솔(동국제약)’의 경우, 약국 유통로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동국제약 측은 ‘마데카솔’ 브랜드 중에서도 판매율이 저조한 ‘마데카솔연고’가 허용됐다는 점에서 부담이 덜 한 상황이다. 따라서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마케팅 측면에 있어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동국제약을 이번 슈퍼판매의 ‘수혜 기업’으로 꼽아 왔다. 한화증권 정효진 애널리스트는 “동국제약 전체매출의 7%를 차지하고 있는 마데카솔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됨에 따라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한바 있다.
이에 대해 동국제약 관계자는 “‘마데카솔’이라는 브랜드명 때문에 일반인들은 비중이 큰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해당 품목은 마데카솔 브랜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적기 때문에 마케팅 등의 측면에서 크게 변화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간 약사들과의 비지니스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전문가의 유통을 통해서 가는게 맞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유통채널이 확보되지 않은 대부분의 업체의 경우 약국과의 관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브랜드 파워가 있어도 그것이 슈퍼로 나갔을 때 이득이 되리란 보장이 없다”며 “여론도 신경 써야 하고, 지켜보는 이익단체들이 많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혹은 슈퍼판매가 허용됐다고 해서 마냥 긍정적인 면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