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기약, 해열제 등을 슈퍼로 개방하겠다며 구체적인 예시안을 내놓자, 그간 말을 아꼈던 제약업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에서 약국외 판매 의약품에 대한 예시안을 내놓았다.
예시안에 포함된 품목은 4개 부분 10개 품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종합감기약 : 화이투벤, 화콜, 판콜 ▲해열진통제 : 타이레놀, 부루펜, 아스피린 ▲소화제 : 베아제, 훼스탈 ▲파스 : 제일물파프, 대신핫파프카타플라스마 등이다.
이미 슈퍼로 풀리게 된 박카스 등 44개 품목이 결정된 후 심야시간대 불편 해소를 위한 품목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드링크제, 연고제 등만 포함된데 대해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왔던 상황.
제약사 입장에서도 포함 된 품목의 매출이 미미한 수준이라 유통로 확보와 마케팅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약사법 개정을 통해 슈퍼판매 요구가 가장 거셌던 품목인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를 슈퍼로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제약사들은 “(투자를)해 볼 만한 품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는 일반약 중에서도 판매율이 높은 품목들인데다, 실질적인 매출 증가를 기대할만 하기 때문.
복지부의 예시안에 회사 품목이 포함된 한 제약사 관계자는 “44품목에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는 회사 측이 ‘약국 눈치도 있으니, 기존의 약국유통로에서 크게 달라질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며 “(이번에 포함된) 해당 품목은 슈퍼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슈퍼판매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감기약과 해열제를 사기 위해 낮에도 굳이 약국을 찾을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겠냐”며 “결국 슈퍼에서 판매되는 품목이 시장점유율을 거의 가져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극히 일부 품목의 광고를 진행해왔던 업계 분위기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슈퍼판매용 품목 전반으로 마케팅이 확대되면서 광고시장에서의 경쟁과 유통로 확보 싸움이 치열해질 양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는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는 브랜드가 아닌 이상 신제품이나 기존 품목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은 부담이 있었다”며 “타 품목과 TV광고 횟수를 똑같이 해도 판매처가 약국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투자 대비 소득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는 일반약 중에서도 매출액이 많은 품목이고 슈퍼로 개방되면 제약사들도 광고에 투자할 만한 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약사들의 반발로 인해 논의가 쉽게 마무리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약사들 입장에서는 감기약 등을 내주면 일반약을 거의 다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약사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논의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미리 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분위기이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약심 3차 회의는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