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재분류를 놓고 의약계가 또 다시 상반된 입장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논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당초 이번 회의는 지난 3차 회의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듀파락시럽’ 등 4개 품목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양측의 기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품목을 두고 양측의 입장차만 재확인한 결과를 낳았다.
양측 전문가 참여, 오히려 입장차만 더 커져
이 같은 결론이 난데는 이번 4차 회의가 지난 3차례 회의와는 달리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오후 4시부터 시작해 9시에 마무리된 제4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재분류 소위원회(이하 중앙약심)는 지난 3차례의 회의와 달리 의약계가 추천한 교수들이 전문가 자격의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이날 전문가로는 대한의사협회가 추천 교수 9명, 대한약사회 추천 5명 총 14명이 자리했다. 17품목에 대해 1명당 7~8분가량의 발언기회를 줌으로써 재분류에 대한 전문적 의견이 제시됐다.
심의위원으로는 의료계 4명, 약계 4명, 공익단체 3명 총 11명이 참석했으며, 공익단체 위원으로 참석 예정이었던 김준한 변호사는 불참했다.
4차 회의에서는 소비자단체에서 요청한 재분류품목 17개 품목의 전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논의대상 품목은 ‘노레보정’, ‘듀파락시럽’, ‘테라마이신 안연고’, ‘오마코연질캡슐’, ‘이미그란정’, ‘잔탁정75mg’, ‘오메드정’, ‘판토록정’, ‘히아레인 0.1%’, ‘레보설피리드정’, ‘이토정’, ‘가스터디정10mg’, ‘벤토린흡입액’, ‘복합마데카솔’, ‘크리신 외용액’, ‘신풍 겐타마이신황산염 크림’, ‘이멕스연고’다.
3차 회의에서 복지부와 식약청이 ‘적합’ 판정을 내렸던 변비약 ‘듀파락시럽’, 소화성궤양용제 ‘잔탁정’, 안과용제 ‘히아레인 0.1%’, 소화기관용약 ‘가스터디정’ 등 4품목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안과의사회의 반발이 거센 ‘히아레인 0.1%’와 산부인과의사회가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던 피임제 ‘노레보정’에 대한 의견차가 극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예상과는 달리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조재국 위원장은 “안과 쪽에서 얘기가 많았고, ‘노레보정’에 대한 의견들도 상반됐다”며 “예상외로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피부과 약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의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표결가능, 상시분류체계 골격 나올 듯
이처럼 의약계가 워낙 상반된 입장을 밝히다 보니, 공익위원들이 결론을 내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조 위원장은 “의사협회에서 온 교수와 약사회에서 온 교수들의 의견이 많이 상반돼 공익위원들의 입장에서는 오늘 얘기만 듣고 그 자리에서 판단을 내리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식약청에서 오늘 참석한 전문가들의 자료를 받아 참고하고, 다음 회의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4차회의의 경우 모든 품목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는 점으로 인해, 다음 회의에서는 일부 품목만 선정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표결로 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한 방법이지만 가급적 서로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는 방안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의협 이재호 보험이사는 “표결이 가능하지만 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식약청도 반대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전적으로 표결로 가기도 힘들다”며 “가급적 서로 동의하고 이의가 없는 부분에서는 좋은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식약청이 의약품 상시분류체계에 대한 방향성과 방법, 일정 등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도 앞으로의 재분류 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조 위원장은 “17품목은 우선적으로 결론을 내야할 것이고, 의협과 약사회가 건의한 나머지 품목들에 대해서는 식약청에서 상시운영체계에 대한 내용을 준비하는 것을 토대로 위원들의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17품목에 대한 재분류 논의는 다시 다음 회의인 5차 회의로 넘겨지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의약계가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결론이 쉽게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5차 중앙약심은 다음달 8일 오후 4시부터 서울시식약청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회의는 오송 식약청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