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등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품목의 슈퍼판매가 시행됐지만 정작 슈퍼에서 제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슈퍼판매 시행을 앞둔 19일, 관련 제약사 임원들을 한자리로 불러 슈퍼판매 진출에 나설 줄 것으로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를 독려하고 있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슈퍼진출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보건복지부는 ‘의약외품 범위 전환 고시’ 발표를 앞두고 간담회를 개최해 동아제약 유한양행, 동화약품, 동국제약 등 15개 제약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슈퍼판매 진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자리에서 손건익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고시한 제품들을 슈퍼에서 실제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서지에서 피서객들이 고시된 연고제나 액상소화제를 구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제약사들은 슈퍼판매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편의점에서 해당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슈퍼판매에 난색을 표하는데는 새로운 유통로 진출이 득보다 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카스와 같은 드링크제의 경우 약국판매를 통해 가져갔던 ‘약’에 대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단순 ‘음료’로 구분되면서 음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장점을 잃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슈퍼로 진출하면서 자칫 약사들의 미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박카스를 슈퍼로 내놨다가 동아제약 제품 전체에 대한 약사들의 불매운동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며 “어찌됐든 약사들과의 관계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을 것을 얻으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사들의 눈치보기가 덜한 영세업체들의 경우 슈퍼판매가 매출증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긴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진출 품목을 보유한 업체 관계자는 “슈퍼진출 유통로 확보를 위해 도매상들과 접촉을 시도하면서 생산량 증대를 위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먼저 물건을 풀기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제대로 된 유통로를 거치지 않고 약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슈퍼운영자가 직접 약국에서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마데카솔케어, 까스활명수큐 등의 일반의약품이 슈퍼에서 판매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2일 한 매체는 강남지역의 한 마트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품목들 가운데 일반의약품인 ‘마데카솔케어’가 진열된 사진을 보도했고, 이를 본 해당 지역 약사가 마트를 고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국민입장에서는 슈퍼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할 수 없거나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등 오히려 슈퍼판매를 안하느니만 못한 꼴이 되는 것”이라며 “제약사들과 한마디 논의도 없다가 시행직전에 일방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식이다. 국민도 업계도 정부도 누구하나 만족하지 못한 성과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