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후진국인 한국에서 응급피임약 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12일 응급피임약에 대한 재분류신청을 반려하지 않은 채 결정 보류를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피임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응급피임약의 재분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재분류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피임 및 성교육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문제 해결을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피임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준비된 성관계’에 대한 성숙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피임약 복용율 또한 선진국 수준이 된 이후 재분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현실적인 피임교육이 전무한 상태에서 성관계 후 일정 시간 내 복용하기만 하면 원치않는 위험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응급피임약은 아마도 일반인들에게는 희망의 등불로 비쳐졌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인식은 응급 피임약을 ‘손쉬운 피임법’으로 생각해 오용하게 되고, 마치 가정상비약으로 착각해 수시로 복용하는 등 남용하게 됨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응급피임약은 현재 전문약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이미 일반약인 경구피임약(2.8%)의 두배(5.6%)가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의사회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라고 지적하면서 응급 피임약은 일반 경구피임약의 10-30배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제로, 기존의 피임 도중 피임실패나 강간 등의 부득이한 경우 사용하는 ‘피임실패 교정’ 용도로 사용되는 응급약이지 상비약이나 일반 상시 피임약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응급피임약 및 모든 피임관련 약들은 선진국 처럼 진료실에서 매우 긴밀하게 전문의 처방 및 피임 교육 하에 투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의사회는 "지금은 불필요한 응급피임약의 재분류 논의를 멈추고, 피임 및 성교육 프로그램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시행하여야 할 때"라며 "쏟아지는 성 관련 온라인 정보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고, 성 접촉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응급 피임약마저 일반약으로 재분류되어 손쉬운 접근이 가능해 진다면 청소년 성문란을 야기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 결정은 그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제대로 피임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해 국민들의 건강 대계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