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출상위권 업체는 물론 그룹사와 다국적제약사 모두 감축설이 나돌고 있다. 매출 하위권의 영세업체 직원들은 “당장 백수가 될 처지”라며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는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위 15위권 안에 포함됐던 A업체는 추석이후 영업지점부터 감축설이 구체화되자 회사내부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사가 이 정도면 하위권의 영세업체들은 구조조정이 아닌 회사 전 직원이 백수가 될 처치라고 봐야한다”며 “정부가 제약기업을 50개로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럼 나머지 200개 회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다. 대체 이런 정책을 펴는 나라가 어디있냐”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200여개 회사가 줄어들면서 미칠 파장을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단지 제약사에만 영향이 가는 것이 아니다. 제약사의 홍보를 맡던 홍보대행사와 유통라인까지 모두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며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사람의 가족들 생계에도 피해가 간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인원은 제약협회가 발표한 2만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룹사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견제약사 R&D본부장은 “가장 먼저 인원감축이 예상되는 곳은 그룹사다. 그룹사는 제약업계에 대해 잘 모르니 당장 매출이 줄면 인원부터 줄이게 된다. 벌써 구체적으로 10%가량 감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사치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그간의 영업사원 정규채용 방식을 폐지하고 필요시 충원하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회사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한 제약사 영업본부장은 “지금 있는 인원도 감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영업사원의 경우 최우선 감축대상이라 향후 수시채용 하는 방향으로 방침이 전환됐다.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될지는 지금으로선 까마득하다”고 전했다.
상황은 다국적제약사도 마찬가지다. 평균 1~2명이 기업홍보를 담당하는 국내업체와는 달리 상위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3배가량 많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해당 부서 직원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모 다국적제약사의 홍보담당자는 “약가인하로 인해 내부적으로 분석한 피해액이 8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가장 먼저 감축에 들어갈 수 있는 1순위 부서가 홍보파트다.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걱정했다.
이처럼 올해 말을 기준으로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예상되고 있어 제약업계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