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약가인하 발표 후 들썩이는 구조조정설에 대해 제약업계와 보건복지부가 느끼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며 투쟁을 시작한 제약업계와는 달리 복지부는 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류양지 과장은 8일 대한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일괄 약가인하로 대규모 해고사태가 전망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불안 문제는 개인적으로 가장 뼈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생계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나 실제 구조조정이 시행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류 과장은 “복지부에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는 상황까지는 알고 있다”며 “고용불안이 있을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해고사태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실히 했다.
경희대약대 정세영 교수가 “약가인하 때문에 30%까지 감원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해고시키는 첫 순위는 연구소다. 두 번째는 영업사원이다. 세 번째는 임직원이다”고 우려한데 따른 대답인 것.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국장 역시 일괄 약가인하 입안예고 당시, 제약업계에서 9월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신규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부분들은 알고 있지만, 구조조정 자체가 실제로 이뤄진다는 부분들은 아직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를 바라보는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복지부가 ‘동문서답’을 하는 꼴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와 구조조정이 ‘시행됐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일괄인하를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구조조정으로 번질 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아직 구조조정에 들어간 회사가 없으니 실제로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앞뒤 안 맞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모 제약사 노조원은 “임금동결이니 삭감이니는 지금 문제도 아닐 정도로 시한폭탄을 앞에 둔 기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하며 “지난번 국회 앞 시위도 약가인하와 FTA 반대가 큰 줄기지만 해고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와 사측에 보낸 경고의 메시지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회사들이 누가 먼저냐 눈치를 보고 있어 그렇지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왜 복지부만 모르고 있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제약노조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임채민 장관과의 면담을 추진 중에 있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현실로 직면했음을 직접 장관에게 알리게 될 자리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