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스팩기업이라 불리는 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제약회사를 흡수합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지 약일지 모르는 이 상황을 두고 위기의 중소제약사가 흡수합병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한국웨일즈제약, 영풍제약 등 2개사가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스팩기업으로 흡수합병됐다.
에스비아이솔로몬스팩은 지난 2일 의약품 제조업체인 한국웨일즈제약과의 흡수합병을 공시했다. 합병비율은 1:19.5120532, 합병기일은 내년 3월26일이다. 이는 스팩기업이 제약사를 흡수합병한 첫 사례다.
또 키움스팩은 지난 3일 작년 매출 305억원과 순이익 57억원을 달성한 중소기업인 영풍제약을 흡수합병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합병가액은 주당 1958원, 합병비율은 1대 30.8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은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거래소에 상장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발굴해 합병한다. 이중 가치가 상승한 합병기업의 주식 처분을 통해 투자이익을 회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들 제약사는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충당 등 회사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스팩기업과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더욱이 정부의 약가일괄인하 정책으로 인해 상위제약사를 포함한 전 제약업계가 송두리째 흔들리자 상대적으로 중소제약사의 상황은 더욱 절박해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일찍이 중소기업의 흡수합병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 스팩기업 역시 한창 제약산업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라 서로간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 이에 한국웨일즈제약, 영풍제약 등 중소기업이 스팩기업과의 흡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웨일즈제약은 자금 유입시 바이오 신사업 진출할 계획이며, 영풍제약 역시 약200억원대의 자금 투입시 슈퍼제네릭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R&D 수여도 높고 안정적인 매출과 규모대비 상당수의 제약사가 포진해 있어 스팩기업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약사간 인수합병에 애로사항이 많았던 데 비해 스팩 제약사 합병은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스팩기업과 중소기업간 흡수합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흡수합병을 통해 처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지 아님 투자 일환으로 그치던지 이를 결정짓는 것은 제약사 하기 나름"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