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약가인하의 여파로 제약업계 M&A설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실상 한국제약업계 특성상 기업간 합병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먼저, 제네릭에 의존하고 있는 업계 상황으로 미뤄볼 때 상위사부터 영세업체까지 보유한 품목에 별반 차이가 없어 굳이 합병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총 580여개다. 그러나 업체 당 평균 생산 금액이 255억원에 불과할 만큼 낮은 수준이다.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만을 두고 봤을 때도 연간 생산실적이 500억원 미만에 머무는 업체가 전체의 70%가 넘는 196개로 영세업체 수가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일괄 약가인하 정책으로 난립한 영세업체를 정리해 신약개발 능력이 있는 50여개 업체까지 대폭 줄이는, 이른바 대대적인 제약업계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위업체부터 영세업체에 이르기까지 보유품목이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간 개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빠른 매출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제네릭에 거의 모든 업체가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제약업계 특성상 M&A가 이뤄진다 해도 상위제약사에만 해당될 뿐 영세업체는 물론 중소제약사까지 그대로 업계에서 퇴출될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 중견제약사 임원은 “우리나라 1등 기업 부터 500대기업까지 보유한 품목은 모두 제네릭으로 똑같다. 별반 차이가 없는 기업에 상위기업이 합병을 제안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한국제약업계에서 상위사와 하위사의 M&A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가인하로 인한 제약기업간 합병은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상위업체간에 활발히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005년 4월 당시 일본 제약업계 3위인 야마노우치와 5위인 후지사와약품공업의 합병에서부터 시작된 상위 업체간 M&A는 같은 해 9월 2위인 산쿄와 6위인 다이이찌와의 합병으로 이어졌다.
또 2007년 2월에는 업계 8위인 미쯔비시웰파마와 10위의 다나베제약의 합병이 이뤄졌다. 당시 업계 1위 였던 다케다약품과 에지이 정도만이 M&A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M&A 열풍이 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10위권 밖의 다이니폰제약과 스미모토의 합병으로 탄생한 다이니폰스미모토는 합병해인 2005년 업계 6위로 뛰어오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약기업은 가족경영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상위업체들간 M&A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제약업계에서 M&A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 가족경영이라는 점 때문”이라며 “우호적인 M&A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문화적 특성상 경영권 갈등이나 파벌싸움 등 오히려 부작용만 속출할 수 있기 때문에 M&A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약가인하로 인해 M&A 열풍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하고 있지만 업계사정을 들여다보면 쉽지 많은 않아 기업들이 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