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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920원에 집단이기?… 자긍심 건드리지마

의료현안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만성질환

무려 1년 3개월 동안 곪았던 선택의원제의 환부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노환규 의협 차기 회장이 이끄는 출범준비위원회가 이달 들어 시행에 들어간 소위 ‘만성질환제’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기 때문. 차기 집행부 출범준비위는 8일 신임 16개 시도의사회장단과 연석회의를 통해 ‘불참’을 확인하고 전면 거부의지와 함께 만성질환관리제 불참을 위한 대국민 설득과 홍보, 안내문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대회원 서신문도 서둘러 발송했다.

이어 10일에는 전면 재협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면서 3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보건소 진료기능 배제 *저가중심 관치의료 중단 *진료수가 현실화가 그 것. 즉, 이 조건들이 선행되지 않는 한 만성질환제의 시행은 불가하고 새 집행부가 이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확고한 협상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출범준비위의 이 같은 참여거부에 대해 환자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즉각 들고 일어났다. 항의의 주된 내용은 의사들의 표면상 반대이유가 *환자 개인정보 누출위험 *보건소의 제도개입여지 등이지만 속내는 *의원의 수익감소 우려 때문이라는 것.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혈압, 당뇨환자의 병원비 경감까지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고 의사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개원의들의 처신만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환자가 제도 자체를 묻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물었을 경우 설명에 대한 환자의 해석과 반응에 신경이 더 써진다는 호소가 지배적 견해다. 일부 환자단체의 주장대로 “920원 깍아주기 싫어서?”, 또는 “병원이 이곳 밖에 없나?” 등으로 잘못 이해하면, 의사 체면은 물론 고객까지 쫒아내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대목이 개원의들의 고민이며, 문제해결의 절박성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제도라면,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 환자가 묻든, 안 묻든, 동네에서 친절한 단골의사라면 오히려 “이런 제도가 있는데, 실상은 이렇고, 이득은 이렇습니다”고 먼저 운을 떼어야 할 입장이라는 것. 환자가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어림하고 물었는데도, 부정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소홀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호소다.

여기에 더욱 시급한 문제는 어떤 결말이든, 조속한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 개원의들은 진료현장에서 시시각각 부딪치는 현실문제인데, 협상의 선결조건까지 내걸어 놓으면 개원의들은 타결될 때까지 문을 닫고 있으라는 것이냐는 항변이다.

이 제도는 의협에서 무려 15개월이나 반대해 왔는데도 결국 이런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에 반대를 하려면 범의계가 단합하여 정공법으로 추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개원회원들에게만 단골환자에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설명해 주고 반대하라고 하지말고 협회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공개토론회 등 대국민 여론을 환기 시켜준다면 개원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하고 있다.

개원의들은 이 제도 추진배경이 재작년 12월 대통령보고에서 주민 친화적인 동네의원 활성화와 만성질환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 강화를 위해 ‘선택의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보고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만성관리제도가 당초의 순수한 도입 목적대로라면 최근 출범추진위가 제시하고 있는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일차의료기관 이용시 균등할인제’를 받아드리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 파행적인 의료전달체계의 운영으로 폐업위기까지 몰아 온 정부가 동네의원을 살릴 목적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동네의원들끼리 단골고객 유치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제도를 강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분노하고 있다.

개원의들은 정부가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이 제도를 계속하려면 많은 국민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동네의원을 이용할 경우 차별없이 진료비를 내려 주고 이들의 치료를 위해 수고하는 개원의들에게도 상응하는 보전을 해주는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제도가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거나, 최일선에서 주민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사를 욕보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개원의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