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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연구진전

4개월 뇌사자 신장, 56세 성인에게 이식

아산병원 한덕종 김영훈 교수, 이식범위 확대


생후 4개월 된 신생아의 양쪽 신장을, 56세의 성인에게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 국내에서 성공했다. 이식 당시 기증자의 한쪽 신장 무게는 41g. 성인 신장의 평균 무게인 200g의 5분의 1에 불과한 소아 신장이 성인에게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생후 1~2년이 지나야 기증자의 신장 조직이 완만히 형성되고, 이식 후 거부반응 없이 수혜자를 관리할 수 있어 원활한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술이 성공했다.

19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김영훈 교수는 뇌사상태에 빠진 생후 4개월 된 남자아이의 양쪽신장을 56세의 만성신부전 환자 김모씨(여)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3일 수술 후 1달이 지난 현재 환자는 거부반응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으며, 이식한 신장도 정상적인 기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수술은 미세하고 가는 혈관으로 둘러싸인 소아의 조그마한 신장을 정교한 수술기법을 통해 56세 성인의 몸에 정상적으로 이식하는 것은 물론, 이식한 신장이 거부반응 없이 환자에게 잘 적응해 완전한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환자관리가 필수적인 수술이었다.

지금까지 신장은 기증자의 나이가 최소 1~2년이 지나야 원활한 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기간이 넘어야 신장에서 오줌을 만들고 불순물을 거르는 여과기 역할을 하는 ‘네프론’이라는 조직이 원활하게 형성되며, 거부반응 없이 수혜자를 관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식 후 환자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풍부한 수술경험과 최상의 환자관리 능력 없이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수술이었다.

하지만 성인 신장의 5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소아 기증자의 신장이식이 성인에게서 성공함으로써, 국내 장기이식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만성 신부전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12년 전부터 앓아온 고혈압으로 신장기능이 약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투석치료에 의존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13일 병세가 악화되어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게 되었다.

당시 김씨의 상태는 특정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는 신장의 기능이 10%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심장에도 심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해 있었다.

김씨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신장이식. 하지만 김씨의 몸에 맞는 기증자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급기야 건강한 신장을 바로 이식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4월 13일 오후 서울의 모 병원에서 이식 가능한 뇌사자의 신장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기증자가 생후 4개월 된 소아인 것이었다.

미세한 혈관으로 연결된 소아의 신장을 성인에게 이식하는 수술 자체만도 쉽지 않은데, 성인 크기의 5분의 1에 불과한 소아의 신장이 이식 후 성인에게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1분 1초가 급박한 응급상황에서 한덕종 교수는 이러한 환경에 포기하지 않고 기증자와 수혜자의 상태를 정밀히 파악하고 연구한 끝에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신장이 김씨에게 정상적으로 이식되고 작동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술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체계적인 환자관리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3,000례가 넘는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하며 쌓아온 풍부한 수술경험과 이식 후 환자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의 신장이 김씨에게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렸다.

결국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뇌사자의 신장을 신속하게 적출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운반했고, 7시간에 걸친 응급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끝에 김씨는 새 삶을 얻게 되었다.



수술에 성공한 한덕종 교수는 “다양한 고난도 수술을 시행하며 얻게 된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수술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후 4개월 된 기증자의 신장을 성인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번 수술 성공이 국내 장기기증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고 장기이식 범위가 더욱 활성화 되는 토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장을 이식받은 김씨는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해준 뇌사자의 가족과 성공적으로 신장을 이식해준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2011년 202건의 세계 최다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달성했으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4년 연속 연 200례 이상의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하는 등 세계 신장이식을 선도하고 있다.